Dolbegae Book Letter
행간과 여백 _2024. 7. 30
2024년 7월 부터 채널예스 前편집장이자 베스트셀러 《태도의 말들》의 저자 엄지혜님과 함께 "돌베개 북:레터 〈행간과 여백〉"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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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방인’ 같은 당신,
이 책을 서둘러 읽어볼 필요가 있다
_엄지혜 (인스타그램@koejejej)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 주문을 걸었다. ‘꼭 재밌게 읽어야지.’ 왜냐면 나에겐 리뷰를 써야 하는 목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장쯤 읽었을 즈음,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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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인가? 철학서인가? 과학서인가?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하나의 장르로 단순하게 구분 짓기 어려운 책이다. 저자는 TV토크쇼 섭외 요청을 받고는 “내가 우주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철학적, 사회적, 시적 관점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198쪽)”이라고 밝히는데, 이 답이 내게는 이 책의 정체성으로 읽혔다. 독자로서의 나는 과학보다는 철학, 철학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개인의 서사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힌 건 우주를 말하면서도 한 개인의 내밀한 서사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중요한 위치에서 맥락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동시에 현실을 살아낸다. 우주에 관한 상상을 하다가 잠결에 소리를 내지르는 막내에게 달려가는 찰나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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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Design _《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좋은 책은 좋아 보이는 책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_김민해(인스타그램@kimmminhae) X 엄지혜
“좋은 책은 좋아 보이는 책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래 전 북디자인에 관한 인터뷰를 했을 때, 무척 기억에 남았던 한 마디입니다. 한때 SNS 프로필 소개글을 “표지가 안 예쁘면 카메라가 작동 안 함”으로 써놓았던 저는 책을 고를 때 디자인을 눈여겨봅니다. 최근 돌베개에서 출간된 책들을 보면 간결미가 돋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눈에 띈다고 할까요? “폰트는 당신의 성격을 보여준다”는 한 그래픽디자이너의 이야기처럼, 북디자인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표지는 이 책이 가진 특징, 서사, 개성을 가장 전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니까요.
매달 선보일 ‘돌베개 표지 이야기’ 1편은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입니다. 김민해 디자이너에게 북디자인 후기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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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작업에 들어가기 전, 키워드를 뽑죠?
맞아요. 다행히 이 책은 여러 개의 키워드를 뽑을 수 있었어요. 우주, 우주비행사, 허블 울트라 딥 필드, 밤, 어둠과 밝음, 빛, 숲, 달, 도시, 지구, 식물, 붕어, 이웃 등. 이 키워드들을 활용해 책에서 느낀 특별한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여러 시안 중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bble Ultra Deep Field)'의 이미지를 활용한 시안을 최종 표지로 결정했는데요.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후가공(백박)이 가능하도록 변형했고 어둠과 밝음의 대비를 활용해 책의 분위기를 몽환적인 느낌이 들도록 해석했습니다.
표지를 자꾸 만져보게 되더라고요. 종이를 선택한 기준이 있었나요?
표지에 사용한 종이는 삼원-시오리 러프-로얄 그린-210g이고, 띠지는 트래싱지를 사용했어요. 어둠과 대비가 확실할수록 밝음이 두드러지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허블 울트라 딥 필드'를 돋보이게 해 줄 어두운 종이 중에서 후보를 추려봤는데, 노랑끼가 적은 깊고 진한 녹색인 이 종이가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발견한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책이 너무 흥미로워서 밑줄을 쳐가면서 원고를 읽었는데요. 볼수록 특이한 저자의 의식과 행동을 따라가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우주 이야기를 탐험하면서 우왕좌왕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과 환경, 자연, 이웃을 성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평소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며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솔직히 얘기하면 저자가 다음에는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해서 더 읽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느끼기에 조금은 특이한 책이라 이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표지를 만들며 이미지를 조합해나가는 과정이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던 책이었어요.
북디자이너 관점으로 최근 눈여겨본 타 출판사의 신간이 있다면요.
스위밍꿀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집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가 좋았어요. 표지 사진을 봤을 때, 이 책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자막이 한 줄 나와 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소설이라는 특성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표지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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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써야만 했던 소설,
힘들더라도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
가끔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소설, 진짜다!” 소설의 진짜, 가짜를 판단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이 작품은 정말 작가가 꼭 쓰고 싶어서, 써야 해서 썼구나’하는 확신이 들 때, 독자로서 매우 기꺼운 마음이 든다. 첫 소설 『파도의 아이들』을 펴낸 정수윤 작가를 북한학 전문서점 ‘이나영책방’에서 만났다. 10여년 전부터 품고 있었던 소설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하다 정수윤 작가는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파도의 아이들』은 세 명의 10대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정수윤 작가는 “이 작품을 쓰지 않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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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번역가로 책을 지으셨지요. 첫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의 저는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았어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 참는 그런 아이였죠. 그런데 성인이 되어 발언할 수 있게 되니까 어린 시절의 나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성장소설이나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쓰고 싶다는 내적 욕망이 있었고요. 외적인 동기를 말씀 드리자면 10여년 전에 일본에 문학 공부를 하려고 유학을 갔었어요. 그때 일본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유독 저에게 북한에 관한 것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북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알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별로 없었는데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엇을 이야기해줘야 할지 모르겠고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북한을 공부해야지 생각했고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남북 청년 모임’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번역가 정수윤’이라는 이름에 ‘소설가’라는 새 이름이 보태졌어요. 새 독자들을 만나는 소감도 궁금합니다.
무척 떨리고 기쁘고 또 감사하죠. 어릴 때부터 세계문학전집을 많이 읽으면서 자랐어요. 열 살이 되었을 무렵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도 세상에 이런 작품을 써서 발표하고 싶다.’ 그런 욕망을 오랫동안 품고 살았어요. <대지>를 쓴 펄 벅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가렛 미첼처럼 시대의 혼돈 속에서 인물이 자기에게 맞닥뜨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 소설에 큰 감동을 받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작가나 사보 제작 같은 직장 생활을 했는데 어릴 때 꿈이 포기가 안 됐어요. 그래서 스물아홉 살에 문학을 공부하자 싶어 일본으로 갔고 자연스러운 계기로 번역을 시작했는데, 사실 마음속에는 내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이분들처럼 쓰고 싶다’, ‘내가 더 잘 쓸 수 있는데’ 생각하기도 했죠. (웃음) 그때마다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청소년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국내에 사는 아이들이든 해외에서 지내는 아이들이든 또 우리들의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도, 청소년 시기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사회 속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했으니까요. 굉장히 많은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시스템 안에 그대로 들어가기보다는 내 의견을 표출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파도의 아이들』의 소재는 탈북 이야기지만, 주인공들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타개해나가잖아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힘들더라도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내 뜻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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