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답장하는 여름
어제 과소비를 좀 했습니다. 꼭 사고 싶은 펜이 하나 있었는데 배송비가 무려 3천 원. 2천 2백 원짜리 펜 하나를 사면서 배송비를 지불하긴 아까우니, 선물용으로 좀 쟁여놓자 싶어 색상별로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책 세 권 정도의 값이 됐습니다. (물론 펜만 산 게 아니라 노트도 몇 권 담았습니다)
갑자기 웬 펜 타령이냐고요? 『문재인의 필사노트』 내지가 참 마음에 들어 제대로 한 번 글씨를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며칠 전 받은 독자의 손편지에도 답장하고 싶었습니다. 책상 위에 각종 펜들이 널려 있는데도 왠지 장비 탓(?)을 하는 것 같아 머쓱했지만, 재료가 좋으면 품질도 높아질 수 있다며 못 이기는 척 장바구니를 비웠습니다.
올해 여름은 돌베개에게 특별한 달입니다. 7년 만에 참여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많은 독자들을 만났고, 〈행간과 여백〉 ZINE도 제작했고 선공개 도서 4종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눈치채셨나요? 7월은 돌베개 북 매거진이 발행된 지 2주년이 되는 달입니다. 매달 한 번, 구독자 분들의 메일함을 두드리며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랫동안 편지하고 싶습니다.
〈행간과 여백〉 24호에서는 정지우 작가의 『감정 채굴』, 김창규 〈딴지일보〉 편집장의 『인터뷰 룸』 서평을 비롯해 작가의 말들과 장일호 〈시사IN〉 기자의 칼럼,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돌베개 영업부 인터뷰 등을 담았습니다. 정지연 마케터의 비밀 레터도 있으니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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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레터 hint!
맨 아래 판권면에서 제 이름을 찾아주세요. 또 다른 공간에서 만나요 -! ─ 연 마케터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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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분주한 고독 속에서 감정 작업을 하는 사람들
─ 『감정 채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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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SNS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자기 전시를 하지 않더라도, 릴스 등 짧은 영상을 보고 DM을 메신저로 쓰기도 한다. 피드까진 올리지 않더라도, 24시간만 노출되는 스토리 기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모두가 매일 남을 구경하든, 자기를 전시하든, 정보를 얻든 매일같이 SNS에 접속하며 무언가를 터치하고 스크롤하며 넘기고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터치와 스크롤이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감정’이 작동하고 있다. 나는 어느 영상을 보며 웃거나 울고, 그 감동으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간다. 어떤 피드에서는 분노를 느끼며 ‘화나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감정과 감정의 연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이 하루 대여섯 시간 찍히는 건 현대인에게 예삿일이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감정 채굴』에서 우리 시대 디지털 기술들이 어떻게 ‘감정’을 활용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감정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매 순간 무상으로 하는 감정 작업의 결과물은 데이터화되어 플랫폼에 의해 “광고를 게시하는 판매자들에게 판매됨으로써” 천문학적인 자금을 빅테크 회사에 벌어준다. 그는 감정이 기술과 결합한 이러한 형태를 ‘기술-감정 융합 자본주의’라고 지칭하며 다음과 같이 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기술과 이처럼 하나가 된 적이 없었다. 감정이 기술 플랫폼의 일부가 되면서 전례 없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주체성은 기술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가치 창출의 내부 기제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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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활용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자기 감정에 몰두하게 된다. 문제는 그럴수록 우리가 점점 자기의 자아 안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 내게 좋은 감정을 주는 것들 위주로, ‘맞춤형 알고리즘’에 따라 더욱 자아와 감정에만 몰입하게 된다. 내 감정을 불쾌하게 하거나 자극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점점 외면한다.
세상이 우리의 감정을 위해 좋은 기술을 제공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감정 작업을 하며 빅테크 회사에 돈을 벌어주고, 스스로는 자기 안에 매몰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럴수록 현실의 진짜 관계, 온갖 희로애락이 오가는 삶의 순간, 성장에 마땅히 필요한 여러 경험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감정 작업 안에서 우리는 분주해지지만 동시에 고독해진다. 이 ‘분주한 고독’ 속에 남는 건 결국 스크린 화면과 상호작용하는 ‘나’ 밖에 남지 않을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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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방법론의 뼈대 위에 자기 고백의 살을 붙이다
─ 『인터뷰 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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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은 기억이 아니다. 기억의 재구성이다. 최규환은 이 명제 하나를 붙들고 280쪽을 군더더기 없이 밀고 나간다. 그는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가 쓴 책은 두 갈래로 흐른다. 범죄자의 내면을 전시하거나, 수사관의 무용담을 나열하거나. 책은 기대를 비껴간다. 대신 ‘인터뷰 룸’이라는 좁은 방에 상반된 두 진술을 밀어 넣는다. 피해자와 피의자. 둘 다 자연스럽고, 둘 다 일관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아홉 개의 사건이 실려 있다.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력, 신혼여행지 오사카에서 벌어진 니코틴 독살, 친족 성폭력, 이주 여성 노동자에 얽힌 반전과 고령 여성을 향한 범죄까지. 소재는 무겁고 스펙트럼은 넓다. 하나 저자는 무게를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절차를 보여준다. 진술을 듣고, 균열을 찾고 다시 확인하는 그 절차 말이다. 라포 형성부터 진술 신빙성 판단까지. 하여 이 책의 주인공은 최규환도, 피해자도, 감정도 아닌, 방법론이다. 부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K-SCAM(한국형 진술 신빙성 평가 모델)이 이를 드러낸다. 그가 고민한 결과다.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의 자기 고백이다. 초창기, 그는 자신이 범죄자의 시선에 갇혀 있었다고 말한다. 피해자를 감정이입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객체로 취급했다고 밝힌다. 이런 문장을 태연히 서두에 적어 넣는 저자는 흔치 않다. 이 고백은 변명이 아니라 방향 전환의 기록이다. ‘범죄자 심리 분석’에서 ‘피해자의 시선’으로 옮겨가는 이동, 그 자체가 이 책의 숨은 서사다. 여성가족부 통계를 인용하며 그가 던진 질문도 이 연장선에 있다.
성폭력 신고율 2.6%. 침묵하는 97.4%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의 고민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장은 세 번째, 직장 내 위력 성추행 사건이다. 물증은 없다. 남은 것은 두 사람의 말뿐이다. 저자는 여기서 진술의 ‘자연스러움’이라는 함정을 정면으로 다룬다. 거짓말도 충분히 자연스러울 수 있다. 진실도 어눌하고 뒤죽박죽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가리는가.
저자의 답은 단순하다. 발화 하나가 아니라, 발화의 관계를 본다. 시간이 지나며 진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변화는 은폐를 향하는지 해명을 향하는지, 추적한다. ‘라포’를 구축하지만 그 개념 뒤에 숨지 않는다.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곧바로 사례로 증명한다. 이 대목에서 책은 사건 서사에서 잠시 벗어나, 방법론 자체로 되돌아온다. 어떻게 하면 진실을 알 수 있는가. 해서 K-SCAM(한국형 진술 신빙성 평가 모델)이 탄생했다. 한 번의 판단으로 한 인간의 인생이 무너질 수 있는 절벽 위에서, 그는 감정 대신 체크리스트를 편다.
사건의 재구성 방식도 눈에 띈다. 대화체 서술, 감정 묘사, 극적인 리듬 그리고 건조한 보고서. 기록의 건조함과 서사의 긴장감을 함께 쥐려는 이 시도는 지루해지기 쉬운 ‘진술 분석의 세계’를 끝까지 읽히게 만드는 힘이다. 형사물 특유의 클리셰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대신에 보다 흥미로운 것, 진짜 사람의 말로 이 책을 수놓는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뜨거움과 방법론자의 냉정함, 두 목소리가 한 문장 안에서 교차한다.
결론.
이 책은 ‘진실을 가려내는 기술’에 관한 보고서이자, 한 프로파일러가 피해자 앞에서 무너지고 다시 서는 기록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실을 알 수 있는 최선, 최단의 거리를 찾는 여정이다.
방법론의 뼈대 위에 붙는 자기 고백의 살. 이를 함께 쥐고 감추지 않는 시도. 이런 절제와 정직함이라면, 저자의 다음 책 역시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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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번역을 향한 집중은 다른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입니다.
자신에게로 의식이 향하는 걸 막고,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말과 말의 술래잡기』 사이토 마리코, 정수윤 지음,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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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집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무척 경애하는 선배 작가와의 서간집이었는데, 당시에는 자신이 없어 거절했다. 지금이라면 또 모르겠다. 글쓰기의 곤혹스러움에 관해서 토로하고 싶을 지도. 사이토 마리코, 정수윤 작가가 쓴 『말과 말의 술래잡기』를 읽는 내내 “아, 나도 편지 쓰고 싶다”라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몇 문장을 써보는 시도를 했으나 발송하지 못했다. 상대에게 답장을 기대하는 내 마음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번역가로, 또 각각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는 사이토 마리코, 정수윤 작가는 언어를 오래 탐구해온 사람들이다. 모어와 비모어를 오가며 저자와 번역가라는 두 정체성을 두고 술래잡기한다. 언어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술래가 되기도 하고 붙잡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잡는 건은 ‘말’만이 아니다. 우정, 연대, 공감 같은 말로만 표현할 수 없는 감각들을 잡아, 독자에게 건넨다. 두 사람은 편지 말미에 상대에게 질문을 하나씩 남긴다. 정확한 수신자가 있는 질문이지만 독자들을 향한 이야기들도 있다.
한강, 황정은, 정세랑, 조남주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한 사이토 마리코는 번역을 두고 “독서를 통한 심호흡”이라고 표현한다. “타인이 쓴 글 속에서 제가 해방되는 감각”을 느끼는 그는 화가 나 있으면 글은 못 쓰지만, 아무리 싱숭생숭하고 분하고 슬퍼도 번역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 어떤 번역가의 글에서도 ‘번역’과 ‘해방’을 연결 지어 표현한 문장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왜 이 글이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해방감을 주는 걸까. 두 번역가가 2년간 쌓아 올린 왕복 서한은 다정과 신뢰, 사유로 빼곡해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두 사람의 마음을 오래 다녀온 기분을 안겨 준다.
언어를 삶의 재료로 삼고 사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언어가 사람을 해방시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말과 말의 술래잡기』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오래 미뤄 둔 편지 한 통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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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성한 ‘밑줄 사진반’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카페 밑줄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든 사진 동아리다. 시인 김현은 햇수로 4년째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시를 읽고 듣는 듀엣 낭독회를 열고 있다. 낭독회가 마흔 번 이어지는 동안 카페 밑줄의 의자에 앉았다 간 사람은 모두 651명. 밑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어쩐지 쉽게 친구가 됐다. 그중에서도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다가 함께 사진을 공부하게 됐다. 매달 머리를 맞대고 앉아 친구들이 수집해 온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 다르게 이상하고 수상한 장면을 어디서 잘도 찍어온다. 덕분에 “이미지를 관찰하고 있는 시간은 독서를 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라는 문장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 루이지 기리 외 2명 지음, 열화당).
하반기에는 각자 하나씩 장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다섯 달 동안 한 가지 주제를 찍어 12월에 작은 사진전을 열자고도 했다. ‘무엇을 찍을까?’ 골몰하며 사진첩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지분이 많은 피사체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였다. 그다음 눈에 띄는 게 의자와 그림자였다. 비어 있는 것과 빛이 아닌 것. 그러나 그 ‘없음’이야말로 ‘있음’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촬영 레퍼런스를 찾아보다가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1954~2019)를 알게 됐다. 그는 ‘밀도의 건축(Architecture of Density)’ 시리즈를 통해 홍콩과 도쿄 등 ‘메가시티’의 스펙터클을 압도적으로 기록했다. 동시에 도시의 세부에도 카메라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바스타드 체어(Bastard Chairs)’ 연작에서는 사람들이 고쳐 쓰고, 덧대고, 이어 붙인 길 위의 임시방편 의자들이 주인공이다. 그 이미지들은 의자 사진인 동시에 도시의 초상화처럼 보였다.
아마추어의 할 일 가운데 하나는 프로를 ‘잘’ 따라 하는 것. 마이클 울프의 시선을 흉내 내며 수상한 빈 의자가 들려주는 침묵의 시를 카메라로 받아 적는다. 길거리에 다소 엉뚱하게 놓인 수상한 빈 의자를 찍는다. 결혼식장 하객석에 놓여 있을 법한 새하얀 의자, 부러진 다리에 부목을 대놓아 위태롭게 기우뚱한 의자, 인조가죽이 터져 노란 속살이 아무렇게나 삐져나온 ‘사장님’ 의자,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긁힌 플라스틱 의자들을. 쓸모를 다해 버려졌지만 완전히 버려진 것은 아닌, 결코 쓰레기라고 부를 수 없는 의자 사진을 모으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 번듯한 벤치 하나 없는 골목 어귀, 쓰레기장 안쪽에 보이지 않게 놓아둔 의자들이다. 투박한 의자에 앉아 잠시 숨 고르고 다시 길을 나섰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새벽을 여는 청소부, 한 줌 볕을 쬐러 나온 노인과 고양이, 오후의 노곤함을 견디는 경비원, 한밤중 비틀대던 취객들이겠지. 길거리에 의자를 놓아둠으로써 타인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누군가의 무심한 마음이 내게 다정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 도시를 매일 좀 더 사랑하도록 돕는다. 부서지고 기울어진 빈 의자 위에 내가 아는 서울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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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릴스, 선공개 도서, 블라인드북까지
─ 2026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후기
고운성 · 김영수 · 정지연 마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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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도서전’ 돌배개X평산책방 합동부스에 적힌 두 글자를 보셨나요? ‘책’과 ‘벗’. 신영복 선생의 글 “책은 멀리서 찾아온 벗입니다”에서 착안한 슬로건으로 무사히 ‘서울국제도서전’을 치른 돌베개 영업부 고운성 부장, 김영수 차장, 정지연 사원을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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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과 여백〉 구독자들이 깜짝 놀란 사건! 세 분의 릴스 데뷔, 후기를 들려주세요.
고: 도서전이 다가올수록 ‘좋은 부스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사전 홍보는 거의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먼저 출판계 사람들에게라도 재밌게 알려보자는 마음으로 릴스를 찍게 됐습니다. 사실 즉흥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어요. ‘이건 지금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돌베개 파주 사옥 옥상으로 올라갔죠. (웃음) 어떤 출판인 동지께서 ‘정말 애쓴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김: 부장님의 제안이 정말 갑작스러웠습니다. 조금만 더 준비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막상 시작하니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방식이었지만, 도서전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시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 원래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지만, 이번 도서전은 ‘우리 부스를 알리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웃음)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인터뷰 영상도 메인 화면에 제 모습이 크게 나왔는데, 예전 같았으면 부담스러웠을 상황도 이번에는 오히려 즐기게 되더라고요. 도서전을 준비하면서 저도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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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만에 참여한 ‘서울국제도서전’이죠. 평산책방과 협업한 계기가 있었나요?
고: 오랜만에 참가하는 만큼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애초부터 평산책방과의 콜라보를 염두에 두고 규모를 키워 ‘출판사와 책방이 함께 만드는 부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 브랜드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였으면 했고요. 처음부터 단순한 공동 부스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슬로건 ‘책은 멀리서 찾아온 벗입니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가 돌베개와 평산책방 모두에 걸려 있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했어요. 그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서사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책벗’이라는 이름도 탄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산책방의 ‘책친구’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우연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맞물려 완성된 콘셉트였습니다.
서예가 강병인 작가님이 글씨로 참여해 주셨죠.
고: 부스 콘셉트가 정리되면서 ‘책벗’이라는 이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레이어스랩의 제안으로 강병인 선생님과의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올해가 신영복 선생님의 10주기이기도 한 만큼, 신영복 선생님을 오마주하는 작업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함께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책은 멀리서 찾아온 벗입니다’라는 문장과 ‘책벗’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시각 언어로 연결됐고, 부스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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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다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을 테마로 한 부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 처음부터 책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스 공간 디자인 기획을 맡은 레이어스랩(대표: 조성은)과 함께 ‘어떻게 하면 책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계속 이야기했고요. 첫 기획에서 조금 방향이 바뀌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거울’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전체 콘셉트가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책은 사람을 비추고, 사람도 책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는 이미지를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거울 덕분에 부스가 훨씬 넓고 열린 공간처럼 느껴졌고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와 책을 둘러볼 수 있었어요.
부스가 사방이 열려 있는 구조로 설계됐어요.
고: 독자가 어느 방향에서든 자연스럽게 들어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동선을 고민했어요. 또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요소들도 곳곳에 녹였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도 함께 의도했는데, 예상보다 방문객이 많아 그 부분은 충분히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라는 목표만큼은 잘 구현됐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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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도서전에 오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어떤 굿즈를 만들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굿즈 역할을 하는 책 ’을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도서전 맞춤 기획으로 『문재인의 필사노트』를 제작했어요. 초판 3천 부를 찍었는데, 현장 구매와 온라인 선공개까지 더해 모두 소진됐어요. 판매 성적도 좋았지만 ‘기획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는 경험을 얻었다는 것이 저희에게 더 큰 의미였습니다.
김: 박성우 평산책방 이사님이 현장에서 글을 써주시고 제가 글에 어울리는 명화 그림을 찾아서 블라인드북을 완성했어요. 텍스트만 붙여서는 독자가 멈춰서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적인 문장에 그림이 있으면, 독자가 긴 글을 읽고 상상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예상이 맞았어요. 이번 도서전을 치르면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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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E으로 만들어진 북 매거진 『불을 응시하는 법 ─ AI 시대,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질문들』도 도서전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죠?
정: 맞아요. “저, 〈행간과 여백〉 구독자예요”라면서 먼저 인사해주신 분들이 참 많아서 무척 반가웠는데요. 온라인에서만 소통했던 독자 분들을 현장에서 만나니까 정말 특별하더라고요. 이번 ZINE은 내용도 좋지만 디자인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민해 디자이너님과 즐겁게 만든 ZINE이라서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
정: 도서전은 이제 단순히 책을 사는 행사가 아니라 책을 경험하는 축제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블라인드북이나 체험형 콘텐츠가 주목을 많이 받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돌베개처럼 인문서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의 경우, 현장에서 책 소개를 어떻게 하느냐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내년에도 도서전에 참여한다면 책 설명 카드나 큐레이션 방식을 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 편집자가 직접 자신이 만든 책을 소개하는 부스를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만든 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이 책을 만든 사람이니까요. 출판사와 독자가 만나는 방식이 더 다양하고 자연스러우면 좋을 것 같아요.
김: 도서전을 찾는 독자들은 확실히 20, 3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체감한 현장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도서를 소비하는 연령은 40, 50대인데 방문객 연령을 살펴보면 이들의 참여는 그리 높지 않았어요. 도서전의 입장 방식이나 행사 운영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 방문객이 있다면요.
정: 2026 돌베개 도서목록을 구하려고 도서전에 오셨다는 연세 지긋한 독자분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에는 도서목록을 한 장으로 만들거나 분량을 대폭 줄이는 출판사가 많잖아요. 그런데 돌베개는 이번에도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서 도서전에서 배포했어요. 사실 이번 도서목록을 만들 때도 한 장짜리로 간소화할지, 기존처럼 두꺼운 책 형태로 만들지를 두고 내부에서 이야기가 많았어요. 저도 처음에는 ‘요즘에 누가 도서목록을 볼까, 한 장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독자분을 만나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효율적인 방식도 중요하지만, 결국 독자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남는 건 제 영업이 통했던 순간이에요. (웃음) 한 독자분께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한참 망설이고 계셨는데, 제가 책 내용을 하나씩 설명해 드렸더니 한 권을 고르셨어요. 그러다가 “그럼 이것도 읽어볼게요” 하시면서 두세 권을 더 집으셨고요. ‘책을 판매했다’기보다는 한 사람과 책을 연결해 드렸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고: 책을 오랫동안 보던 젊은 독자분들이 떠오르는데요. 다른 부스는 미리 정한 책을 사서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 부스는 머무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책을 한 권 한 권 꺼내 읽고 비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매출만 놓고 보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돌베개다운 풍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평소 온라인으로만 연락드리던 작가, 선생님들이 부스를 직접 찾아와 간식을 건네주시기도 했습니다.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 온라인으로만 이어졌던 관계가 실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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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영 작가 신간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북펀드 오픈 알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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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연구자의 탐사 체험, 생태학적 통찰,
인문학적 사유가 결합한 자연과학 에세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단 한 페이지도 무심히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배울 거리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 최재천, 추천의 말에서
돌베개에서 출간한 『야생동물 흔적 도감』(2007)의 저자이자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 최태영 작가의 신간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이 곧 출간됩니다.
이 책은 1부 ‘숲과 길 위의 동물들’과 2부 ‘도시 속 인간의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토끼, 삵, 고라니, 산양 등 우리 산하의 야생동물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해온 경험을 들려주고, 2부에서는 동물생태학과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뇌과학의 관점으로 인간의 본능과 사랑, 불안, 폭력, 행복을 바라봅니다.
야생동물의 삶에서 출발해 인간이라는 동물의 행동과 마음까지 탐구하는 이 책.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한편으로 많은 이가 인간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는 대체로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특히 진화론적 접근이 성차별을 정당화하고, 문화와 제도에 따른 차별을 ‘유전자’ 탓으로 돌려 사회 불평등 해소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해다.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에 따라 행동하거나 그렇게 사는 게 옳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이 여전히 구석기시대의 원시 공동체에 머물러 있음을 일깨워주는 게 진화심리학이다. 따라서 이 글은 아직 구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일부를 문명사회로 한 발짝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 최태영, 저자 서문 중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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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간과 여백〉 피드백 이벤트 🧚
도서전 현장에서 암호를 외치기 부끄러웠거나, 아쉽게도 현장에 오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행간과 여백〉을 읽고 피드백을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총 50분을 추첨하여 북매거진 〈행간과 여백〉 호외 ZINE 『불을 응시하는 법』을 보내드립니다!
- 응모 기간: 7월 15일(수)~7월 21일(화)
- 도서 발송: 7월 22일(수)
이번 호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내주신 피드백을 소중히 읽고, 점점 더 발전해 나가는 북매거진이 되겠습니다.
─ 연 마케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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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Book Magazine 〈행간과 여백〉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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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마케터 김영수, 고운성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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