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늦여름에 만난 책
찬 바람과 비 소식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재난적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10년 새 3배가 늘었다고 하니 내년 여름이 벌써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선선한 날씨는 찾아올 것이고 짧은 가을을 만끽하다 보면 금세 겨울이 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거 아세요? 올해가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 하루하루를 아껴가며 살아야겠습니다.
돌베개 북매거진 〈행간과 여백〉 25호에서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최태영 작가 인터뷰, 김지영 미술비평가의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 서평, 장일호 기자의 연재 칼럼,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김포의 동네 서점 ‘꿈틀책방’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올 늦여름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과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인데요. 동물생태학자와 시각예술가의 글이 이렇게나 흥미롭다니,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최태영 작가는 “자연과학은 존재를 밝히고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반면, 인문학은 존재의 의미와 당위를 추구한다. 둘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한다.(8쪽)”고 서문에 밝혔는데요. 예술 속 사회, 사회 속 예술을 발굴하는 박혜수 작가의 작업과 같은 맥락에 에 있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늦여름에 여러분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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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재미있는데 공부도 된다며 고마워할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처럼, 374쪽 묵직한 책이 술술 넘어갑니다. 자연과학에 인문학적 시선을 더해 야생동물 생태 연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30여 년간의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숲과 길 위의 동물들’, ‘도시 속 인간의 풍경’을 촘촘하게 담아낸 최태영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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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리산·설악산·DMZ 일대에서 산양, 곰, 너구리, 담비 등 다양한 동물을 연구하셨습니다. 30여 년간 동물을 쫓아다니며 관찰한 끝에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을 쓰셨는데요.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동물들에 대해 좀 더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알고 보면 동물들도 저마다의 역사와 내력, 그리고 각각의 굴곡진 삶이 있어요. 마치 사람의 인생, 그리고 우리 민족의 역사처럼요. 이를 이해하게 되면 동물, 더 나아가 자연을 좀 더 깊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여겼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1부 동물의 향기 편에 깊게 담겨 있습니다. 2부에선 이렇게 동물을 바라보고 이해해 온 사람은 인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이 어쩌면 삶이 힘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 제목이 “‘동물의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풍경’을 보게 된다”는 의미처럼 읽힙니다. 작가님에게 동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야생동물을 아무리 쫓아다녀도 그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제 마음을 이해시킬 수도 없어요. 인간인 저는 그 동물이 아니니까요. 그러한 갈증을 2부 인간의 풍경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습니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2부를 쓴 것은 아닌데, 쓰고 나서 깨달았어요. 언젠가 누군가는 동물의 마음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다룰 수도 있을까? 그러면 더 나아질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간은 동물을 종종 귀여움이나 불쌍함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인간의 감정과 무관하게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인간에게는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동물들도 저마다의 역사와 굴곡진 삶이 있어요. 사람의 인생처럼요. 하지만 동물들은 자기 자신과 조상들의 삶을 이야기로 구성해서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러한 삶이 없거나 무의미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어느 한 동물의 삶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고 내 삶에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동물을 대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기르는 반려동물은 많이들 그렇게 합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서 남이 기르는 반려동물, 특히 야생동물의 삶에 대해서도 그렇게 바라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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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야생동물을 볼 때 대개 눈앞에 나타난 한 장면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현장 연구자는 한 동물의 움직임을 오랜 시간 추적하고 주변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할 텐데요. 동물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녀석이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깨달을 때가 있어요. 눈으로 관찰하고 깨달을 때도 있지만, 모은 자료를 분석하고 수치와 그래프로 만들어 바라보면 편견이 걷어지고 더 큰 확신과 통찰이 생겨납니다. 제가 아무래도 연구자이다 보니 저에게 동물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다시 관찰할 때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 설악산, DMZ 등 여러 야생의 현장을 다니셨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풍경 가운데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어디인가요?
DMZ입니다. 인간에 의해 어마어마한 철책선이 설치되었고 그 안과 밖의 모든 것이 달라져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거나, 또는 얼마나 큰 행운을 줄 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을 파괴했던 전쟁이 남긴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의 지대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능구렁이와 검찰」 챕터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동물을 연구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반려동물과 달리 야생동물은 항상 숨고 달아납니다. 그 점이 가장 답답합니다. 야생 포유류가 아니라 다른 동물을 연구했으면 직접 관찰하는 기회를 좀 더 가졌을 것이고 그랬으면 좀 더 본질에 다가가서 그 동물을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고 제 선택에 만족합니다. 야생 포유동물에 대한 연구는 어릴 때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동물을 연구하기 전과 지금,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동물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은 동물과 무엇이 다른지를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제 나름의 방식과 기준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신 독자님들은 저의 이러한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독자들에게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을 각별히 권하고 싶나요?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분, 자연으로부터 뭔가를 깨닫고 싶어 하는 분, 자연과학과 인문학 모두를 즐기시는 분, 이제껏 읽고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한 한계와 결핍을 느끼시는 분, 그리고 일상과 나의 삶이 힘들 때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어떠한 욕구를 되찾고 싶은 청춘에게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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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영
로드킬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리산·설악산·DMZ 일대에서 산양, 곰, 너구리, 담비 등 다양한 동물을 연구했다. 평생 야생 포유동물을 쫓아다녔지만, 결국 인간을 아는 것만큼 동물을 알 수 없었다. 동물을 보던 눈으로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서로 『야생동물 흔적 도감』, 『도로 위의 야생동물』,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등이 있다. 국립생태원에 재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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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은 정답을 요청하지 않는다. 다르게 보고 뒤집어 생각하며 답을 탐색하는 동안, 익숙한 껍데기를 벗겨 내고 낯선 알맹이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만드는 일은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끝에서 발견한 진실을 용기 있게 마주하는 데서 시작된다.
박혜수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내게 그는 무엇보다 ‘질문하는 사람’, 아니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는 질문과 대화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연구와 협업을 거쳐 전시와 공연, 토론으로 펼쳐왔다. 신간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는 고객이 꿈꾸는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의 휴먼 렌탈 기업 〈(주)퍼펙트 패밀리〉(이하 PF)가 2019년부터 던져 온 질문을 담고 있다. 물론 PF는 가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가짜 속에서 진짜를 건져 낸다. 진짜에서는 오히려 겁이 나서 건드리지 못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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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는 자녀 대행, 일하는 나 대신 아이와 놀아줄 엄마 등 PF에 도착한 의뢰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빌리고자 한 것은 완벽한 가족이 아니라 ‘완벽한 나’였다.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고, 더 성공하고 사랑받으며, 누구에게나 쓸모 있는 나. 우리는 쓸모를 기준으로 자신과 타인을 재단하며 진짜 원하는 삶에서 멀어져 왔다. 작가는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당신의 삶은 진짜인지 묻는다. 그리하여 가족을 빌리는 상상은 고독사와 무연고 장례, 집에서 늙을 권리까지 나아가며 우리의 삶과 죽음을 누가 돌볼 것인지 묻는다. 그 시작에는 ‘내가 혼자 늙거나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작가 자신의 현실적인 걱정이 있었다.
박혜수의 작업이 방대한 리서치와 시각예술적 문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면, 이 책은 한 인간이 어째서 이런 질문을 던졌고 어떻게 망설이고 선택하며 나아갔는지 드러낸다. 작품이 질문의 뼈대를 보여준다면 책은 그 질문이 한 사람의 삶에서 솟아난 자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신진 작가들에게 작가 노트 쓰기를 가르칠 때 그의 책을 자주 언급한다. 좋은 예술은 작가가 서 있는 자리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늘 “쓸데없는 질문 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쓸데없는 질문이야말로 삶에 뜻밖의 균열을 일으킨다. 서로 환대하며 삶을 지속하는 데에는 쓸데없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긋난 틈을 찾아 질문하고, 기다림 끝에 진짜 대답을 듣는 일. 그것이 작가가 건네는 정확한 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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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가. 예술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급변하는 세계의 속도와 달라진 몸의 감각이 물질로 번역되는 방식에 관심을 둔다. 2016년 그래비티 이펙트 미술비평공모에 입상,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저서로 『등을 쓰다듬는 사람』, 『마리나의 눈』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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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책 선물을 요청받으면 기쁘다. 그가 조카라면 더더욱. 고모가 사주는 책을 읽던 청소년은 이제 스스로 책을 고른다. 그렇게 어느 날 받은 링크가 ‘쿠팡’이었다. “책 사달라더니 웬 쿠팡이야?” 물었더니 아이도 질문을 보내왔다. “그러면 온라인에서는 책을 어디서 사?” 온라인 서점의 등장이 혁신이었던 시절을 통과해 온 나는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세대 앞에서 적잖이 당황했다. 링크를 클릭해 보니 쿠팡에서는 정말 안 파는 게 없었다. 책마저 팔고 있었다. 근데 책이 ‘돈’이 되나? 도서정가제 때문에 소비자가격을 마음대로 낮출 수도 없는데? 간단하다. 출판계에 따르면 가격 대신 공급률을 후려친다. 출판사에서 서점에 책을 넘길 때 통상 정가의 60~70% 선에서 공급하는 데 비해, 쿠팡에서는 이 공급률을 55~60%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고 한다. 2025년 쿠팡 도서 매출이 업계 3위인 알라딘 매출(2024년 기준 약 4,555억 원)을 뛰어넘었다는 추정치도 나온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쿠팡이 점유율을 높일수록 출판사로서는 박리다매가 전략이 된다. ‘팔리는 책’ 위주로 출판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책이 신선식품도 아닌데 로켓배송으로 받아야 할 이유를 나는 모른다. 다른 온라인 서점의 각종 당일배송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라 되도록 동네서점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책을 사는 일이 생수나 휴지를 사는 것과 다를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런 생필품 취급을 받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까지 파는 쿠팡을 보면서 내가 더 궁금한 건 이런 거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절약’한 시간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 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치였다.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였다. 내 눈길을 끈 숫자는 또 있다.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56.1%, 200만 원 이하에서는 13.4%다. 독서가 계급과 무관한 취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숫자다.
문학은 그나마 숨을 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공을 견인한 장르도 문학과 ‘검증된’ 고전이었다고 알려진다. 곡소리 나는 시장은 논픽션을 위시한 사회과학 분야다. 문학도 그렇지만 사회과학 분야 책은 특히나 읽는 이의 온전한 시간을 요구한다. 생각할 시간을 요구하고, 사유할 여유를 요구한다. 끝까지 읽는다고 해서 시원한 해결책도 없고, 희망적이지도 않다. 복잡한 현실을 긴 시간에 걸쳐 이해해야 하는 비효율을 감당해야 한다. 한마디로 낭비할 시간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서를 정말 개인의 의지 문제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시간이 없다는 말 속에는 주거와 돌봄과 노동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들어있지 않나? 독서율은 어쩌면 한 사회가 시민에게 얼마나 많은 자기 시간을 허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주4일제로 나아가겠다던 이재명 정부의 공약은 기업의 자발적 주4.5일제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와중에 일부 직군에 주 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데, 정부 정책을 일일이 따져보고 의견을 제시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말을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일하지 않는 하루를 돌려주겠다는 정치의 약속이야말로 제1의 국정과제가 될 수는 없을까. 이토록 사치스러운 꿈을 청와대에 로켓배송으로 부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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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김포에는 동네책방이나 도서관이 많지 않았어요. 서울이나 파주, 일산으로 가족과 책방 나들이를 할 때마다 김포에도 하나쯤 생기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제가 집 근처에 자그마한 공간을 열었습니다.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다가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제 생일에 책방을 열었죠. (웃음)
꿈틀책방은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고(그래서 책방 이름도 제 별명인 꿈틀이로 지었답니다. 느리지만 꿈틀꿈틀하며 결국 꿈을 이루는 꿈틀!), 지금도 그 의미는 변함없습니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쭉 영어 관련 일을 했어요. 김포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영어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날 수강생들에게 독서모임을 제안했어요. 자녀교육이나 재테크에 관한 책 말고, 한 번씩은 나를 위한 책을 읽는 건 어떻겠냐고 말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인문 고전책을 읽고 만나서 두 시간 동안 책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엔 북카페에서, 북카페가 문을 닫자 저희 집에서, 그리고 꿈틀책방이 생긴 뒤로는 책방에서 지금도 그 모임은 이어지고 있어요.
독서모임은 낯선 김포에서 책방의 꿈을 키우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쌓으며,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을 인문 고전 독서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해준 힘이에요. 순전히 아이들에게 좋은 책 골라줄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싶어 활동을 시작한 ‘어린이도서연구회’ 역시 동네책방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었고요. 함께 좋은 책을 권하며 읽는 이들이 있었기에 김포 원도심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서 매일 즐겁고 신나게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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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책방은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빨간 날은 쉬기 때문에 자연스레 저와 활동 시간대, 관심사 등이 비슷한 분들을 자주 만나게 돼요. 아이 키우며 살림하며 일하며 독서를 즐기시는 30, 40대 여성들이 가장 많고, 유치원에 다니거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단골 어린이 손님들도 꽤 있습니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청년, 어르신, 남성 단골손님들도 있고요. 작년 가을부터는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할 때도 있어서 강아지를 보러 오는 분들도 여럿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책방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 덕분에 꿈틀책방이 10년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무명의 작고 낡은 열두 평 공간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힘은, 한결같이 책방을 응원하며 그곳에서 만난 책과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손님들에게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꿈틀책방 10주년 행사를 한미화 작가님과의 특별 대담으로 꾸렸어요. 평소 기념일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파티플래너의 자질 또한 꽝인지라, “10주년 기념일에 뭐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머뭇거리곤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저의 무기(?)는 그간 쌓인 ‘이야기’겠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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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쉬지 않고 동네책방을, 그것도 어느 시점에서는 두 군데나! 매일 열고 닫으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였겠어요. 꿈틀책방의 10년을 돌아보며 사연이 있는 열 권의 책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겠다 싶었어요. 혼자 말하는 것보다는 꿈틀책방을 오래 지켜봐 오신 한미화 작가님과 같이 대화하는 방식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부탁드렸죠. 이 날은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마치 어느 책에 실린 한 편의 글 같았던 책방 손님, 아니 꿈틀 친구들의 편지를 읽으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는 동네책방 예찬론자에 가까운 편이라 새로운 동네책방이 계속 생기고 오래 유지되는 책방도 많아지는 미래를 꿈꿉니다. 10년 전에 비하면 지금 동네책방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좋아질 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선배, 동료 책방지기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고, 동네책방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제3의 공간임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책방지기가 된 후로 무뎌진 사고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이나 저자, 책방 손님들을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대개 책방에 놓이는 책들은 특정 손님을 떠올리며 갖다 놓은 것들도 있고, 책방지기가 손님에게 추천하는 책은 물론, 손님이 책방지기에게 추천한 책들도 있습니다. 지나가다 부담 없이 들러 구경할 만한 신간과 베스트셀러도 있고요. 하지만 늘 머릿속은 질문하게 만드는 책,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책,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고 알려주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면 꿈틀책방에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책방지기가 되고 싶은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젠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에요. 그때까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책방을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책방 오픈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지금부터 조금씩 시작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독서모임을 잘 운영하는 책방을 열고 싶다면 지금부터 모임을 직접 꾸리거나 다른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프로그램 기획도 해보시고요. 닮고 싶은 책방이 있다면 먼저 손님으로 부지런히 드나들며 배우는 것도 좋겠지요. 저도 꿈틀책방을 잘 지키며 미래의 동료 책방지기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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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틀책방에서 추천하는 올여름에 읽으면 좋을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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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창비)
펼쳐 놓고 보고만 있어도 시원해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여름 그림책입니다. 꿈틀책방과 생일이 비슷해서 최근 10주년 기념 리커버판이 나왔더라고요. 할머니를 따라 시원한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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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지속 탐구』(한미화, 혜화1117)
여행을 좋아하고 책방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미화 작가님의 동네책방 3부작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이 책은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전국의 크고 작은 동네책방들은 물론 최근에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책방들까지 다양하면서도 심도 있게 소개됩니다. 어쩌면 이번 여름 휴가지에서 당장 가볼 만한 책방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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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말의 술래잡기』,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북토크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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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의 술래잡기』 북토크
정수윤 번역가 X 이하나 편집자 ⠀ “번역은 ‘독서를 통한 심호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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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마리코·정수윤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문학’과 ‘번역’, ‘예술’과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말과 말의 술래잡기』. 이번 북토크에서는 이 책을 일본어로 먼저 연재하고 한국어로 옮긴 정수윤 작가와, 책의 기획자인 이하나 편집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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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 북토크
박혜수 작가 X 장일호 기자
“지독하게 흥미로운 작업 노트를 읽은 당신은 자신만의 질문을 갖게 될 것.” — 엄지혜 작가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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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의 저자 박혜수 작가의 신간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 회사 〈(주)퍼펙트패밀리〉에는 왜 ‘가짜 나’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많았을까요? 8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시대의 관계와 외로움, 가족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기록한 에세이이자 사회학 리포트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를 두고 박혜수 작가와 장일호 〈시사IN〉 기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북토크가 끝난 뒤에는 박혜수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도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책과 전시로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자리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북토크 참여 무료 / 선착순 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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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간과 여백〉 피드백 이벤트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연 마케터입니다! 폭염경보가 끊이질 않았던 올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늘 〈행간과 여백〉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호 말미에는 북토크 소식을 가득 담았는데요. 책에서 나눈 이야기를 현장에서 함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북토크에서 독자님들을 반갑게 만나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D
이번 호에도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 피드백을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다섯 분을 추첨해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 박혜수 작가의 개인전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전시 초대권과 전시 굿즈 볼펜을 함께 보내드립니다!
응모 기간: 8월 12일(수)~8월 19일(수)
전시 초대권 및 굿즈 발송: 8월 20일(목)
이번 호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9월에는 조금 더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다시 만나요! 늘 고맙습니다.
─ 연 마케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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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Book Magazine 〈행간과 여백〉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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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에디터 정지연
마케터 김영수, 고운성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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