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begae Book Letter
행간과 여백 _No. 5 / 241129
∥ Contents
- 당신의 이야기가 글이 될 수 있는 이유
-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기
- [연재] 작가의 말들 #2 • 이수지
- 한국한문학 편집의 최고 숙수를 만나다
- [EVENT] 신영복 서화 탁상달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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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가 글이 될 수 있는 이유
_엄지혜(@koejejej)
지난해부터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어쩌다인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나의 주요한 사회생활이 될 계획이다. 대학 때 교양수업으로 글쓰기 강의를 몇 번 듣긴 했지만, 잡지사 기자로 사회초년생 딱지를 뗄 때도 진지하게 글쓰기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선배들도 별다른 노하우를 들려주지 않았다. 눈치껏 읽고 쓰고 고치다가 지금의 내가 됐다.
독자들로부터 종종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답은 한결같다. “청탁과 마감.” 내 글을 원하는 곳이 있기에 노트북 앞에 앉는다. 왠지 힘 빠지는 대답 같지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내가 쓴 첫 책은 정식 제안을 받지 않고 썼다. 지나가는 말로 “기자님, 책 한 번 써요.”라는 인사를 덥석 물어, 출판사에 먼저 제안했다. 초고 좀 봐달라는 인사와 함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직장인이었던 내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태도가 더 중요해요”), 쓰고 싶은 글(“말하지 않으면 몰라요”)이 있었다.
이따금 수강생들이 묻는다. “저에게도 글감이 있을까요?” “내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이 대답 역시 한결같다. “당연하죠. 당신과 똑같은 인생을 산 사람은 없으니까요.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다만 독자를 만들고 싶다면 내 글이 잘 읽히도록 정돈된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되죠.” 이야기를 듣던 수강생 K는 고민이 해소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다음 날 K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왔다. 답장을 쓰다 보니 뾰족한 해답이 아닌 듯해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지난 겨울 두 번째 에세이를 쓰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 허우적대고 있을 때, 좋아하는 선배 작가로부터 추천 받았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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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읽자마자 빠져들었다. 45년간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례 삼아 글쓰기가 왜 치유의 행위인지를 설파한다. “제발 일기를 쓰라”고 설득하면서,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대하지 마라”는 동시에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대하라”며,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쓰라”며 69개의 구체적인 길잡이를 건넨다. 방법론만 있었다면 이 책은 결코 매력적인 글쓰기 책으로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낸시 슬로님 애러니는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은 아들을 16년 동안 보살피다 떠나보낸 아픔을 고백하며, “자전적 에세이를 쓰기 전까지는 아들이 던진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한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어떻게 들려줄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기억한다. 아마도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법정에 선 것이 아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하지도 않았다. 당신의 삶이다. 당신의 관점이다. 당신의 진실이다. (153쪽)
책을 다 읽고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육성이 듣고 싶어졌다. 2022년 New World Library 출판사에서 촬영한 인터뷰의 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다. 여기서 또 나는 반하고 말았다. “글 쓰는 것을 미루는 게으름뱅이에게 해줄 조언은?”이란 질문에 그는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Sit down bring it down, Sit down bring it down.” 앉아서 내려놓고 그냥 쓰라는 그의 설득이 미더웠다. 이 인터뷰를 본 날, 가장 망설였던 챕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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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K에게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할 이야기가 있고 당신도 역시 할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가치가 있다.” 내 삶의 이야기를 써도 되나, 쓸 수 있나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응원가를 부른다면, 나 역시 외칠 것이다.
“Sit down bring it d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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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 Book, Buy Local _서촌 그 책방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소개하는 곳
_서촌 그 책방(@sseochonbooks) 하영남 X 엄지혜
망리단길, 경리단길, 금리단길, 황리단길, 평리단길 등 ‘~리단길’ 전성시대에 지역명을 책방 이름으로 달고 장수 중인 서점이 있다. 경복궁역 2번출구에서 도보 5분, 맛집이 모여 있는 골목이지만 찾아가야 보이는 한옥서점 ‘서촌그책방’. 2017년부터 8년째 원서가 한글인 국내 저자의 책만, 그리고 책방지기가 읽고 좋았던 책만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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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책에는 독특한 띠지가 둘러있다. 하영남 대표가 직접 손글씨로 쓰는 ‘책 감상문’.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고수하고 있는 마케팅이다.
“많은 책을 들여놓는다고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택의 폭을 줄이고 집중하는 전략인 셈인데요. 제가 읽고 고른 책이라는 걸 손님들에게 인지시키고,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소개하는 거예요. 대형서점에서 구매한 베스트셀러를 보면 읽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그나마 용기를 내서 책을 골랐는데 의욕이 사라지죠. 자신에게 맞는 책을 만나는 일이 독서로 가는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라는 생각해요. 그래서 더 정성껏 책을 골라요. 여러 질문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근접한 책을 추천하는 전략을 세웠죠.”
‘서촌그책방’의 본캐는 독서모임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의 저자와 소규모 북 토크를 한다. 책 선정은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는 하영남 대표의 몫이다. 문장이 깔끔하고 가독성이 있는지, 재미있는 내용인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잘 담겼는지 등을 헤아린다.
“회원들의 연령이 다양하니 저자의 연령과 성별도 고려해요. 내용은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죠. 미술, 건축, 경제, 정치, 법, 역사, 환경 분야 등을 두루두루 읽고요. 한 학기에 한 달은 반드시 소설을 읽고 토론합니다. 요즘은 그림책이나 그래픽노블을 곁들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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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일까,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무척 다양하다.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은 젊은 세대부터 삶의 연륜으로 새로움을 기꺼이 환대하는 중년 세대까지, ‘서촌 그 책방’의 독서모임 회원들은 대부분 장기 회원들이 많다.
“올해 가장 사랑 받은 책은 이수지 작가의 『만질 수 있는 생각』이에요. 특히 여성회원들은 폭풍 공감을 했는데요. 사회적 역할과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정말 솔직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사유가 함축된 문장에서 위안을 얻기도 했고요. 삶의 귀감이 되는 책이라는 평을 듬뿍 들었습니다. 또 루시드폴의 『모두가 듣는다』도 좋았어요. 섬세한 문장과 사유가 눈송이를 뭉쳐놓은 듯한 책에 담겨 있는데요. 바람 같은 목소리로 말해서 귀와 눈 모두가 선해지는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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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이 없어 하늘이 유독 가깝게 느껴지는 서촌. 유명한 레스토랑, 카페들이 줄지어 생기면서 주말이면 책방에도 손님이 빼곡하다. 너무 많이 찾아와서 고맙고 때론 예전의 조용함이 그립기도 한 책방지기의 마음. 하영남 대표는 서촌을 아직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종로 어린이도서관에서 초소책방까지의 산길과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 시소’를 추천한다.
“언젠가 양질의 서촌 여행 가이드 및 미술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먼 지역에서 오는 분들도 많고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동네니까요. 모임을 하다 보면 자질이 뛰어난 회원들을 만날 때가 많아서 그분들께 일할 기회도 드리면서 보람을 느끼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자주 합니다. 책방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독서모임, 글쓰기모임 회원들의 글을 수록한 책을 정기적으로 펴내는 일이에요.”
작은 책방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곳이다. 대형서점에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이 동네책방의 평대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경험, 애서가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반드시 있다.
“동네책방에 방문했다면, 무슨 책이 있느냐는 질문보다는 이 서점의 특징은 무엇인지 눈여겨봐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책방은 도서관이 아니라 책을 판매하는 곳이니, 그 특성을 잘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작고 특별한 공간들이 꾸준히 새로 생길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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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독자는 다시
다양한 작가를 만든다.”
“엄마 뭐 검색해?” 들켰다. 블로그에 올라온 책 리뷰를 보던 중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 올라온 리뷰를 읽는다. 어느새 구간이 됐지만 꾸준히 리뷰가 올라오는 걸 보면 여전히 신기하고 놀랍다. 비평이든 혹평이든 단순한 발췌든 읽어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일단 스크롤을 내려 하트를 누른 다음 글을 천천히 읽는다. 오늘 본 리뷰의 첫 문장은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점수가 야박하다 싶을 수도 있지만 에세이를 정말 싫어하는 제게는 꽤나 높은 점수인 것 같습니다.”로 시작된다. 앗, 에세이를 싫어하는 독자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리뷰를 읽는다.
작가들을 만날 때면 자주 물었다. “리뷰를 찾아서 읽어보는 편인가요?” 매일 검색해본다는 작가도 있었고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 봐 전혀 찾아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여럿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자주 생각했다. 어떻게 이 궁금증을 참지? 안 본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리뷰를 찾아봐야 내 이야기가 제대로 해석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나? 작가라면 리뷰를 찾아보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어떤 리뷰들은 독이 되기도 하니까,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이 현명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자친화적인 작가들을 더 좋아한다. 독자의 눈치를 살피고 변화를 체감하고 니즈를 반영하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짧은 인사로 작가의 말을 매듭짓는 작가보다는 시시콜콜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가가 좋다. 독자의 상상력을 지나치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미리 해소시켜주는 배려가 고맙다.
책 잡지, 책 팟캐스트를 만들 적 홀로 정했던 모토가 있었다. “독자 우선주의”, “청취자 우선주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게 가장 고마운 대상은 작가도 출판사도 아니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책을 사고 기사를 읽고 방송을 듣고 리뷰로 반응해주는 독자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책들은 나올 수가 없다.
“리뷰를 쓰는 게 어색해요. 혹시나 작가가 읽게 되면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얼마 전 만난 한국문학 애호가인 후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어…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는데. 작가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리뷰 써주는 독자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어. 난 한줄평도 좋고 뭐든 좋던데!” 열심히 부추겼더니 후배는 다음날 SNS에 리뷰를 올렸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배, 작가님이 리뷰를 보셨나 봐요. 하트를 눌러주셨어요. (웃음)”
작가로부터 독자가 만들어지지만, 독자도 작가를 만든다. 읽어주는 대상이 없으면 작품은 탄생할 수 없다. “어떤 이야기도 좋다”는 말은 작가들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다양한 독자들의 존재를 체감할 때 작가들은 책상 앞에 앉을 힘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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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_편집 후기
한국한문학 편집의 최고 숙수熟手를 만나다
이런 책은 누가 만들까? 유독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저자도 알고 싶지만 편집자가 더 궁금할 때가 많은 저는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를 읽고 판권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왠지 익숙한 이름, 돌베개에서 나온 신영복 선생님의 책에 늘 등장했던 이름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책을 만들고 있는 이경아 편집자는 돌베개에서 한국고전을 비롯한 동양고전, 인문사회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경험치가 쌓일수록 책을 만드는 일이 더 신중해지고 두려워지는 요즘, “적어도 이불 킥할 책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책을 엮고 있는 이경아 편집자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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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님 이력을 살짝 들었어요. 지금까지 만드신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며칠 밤을 꼴딱 새워야 할 것 같으니, 대표작 몇 권만 알려 주세요.
고(故)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담론』, 『처음처럼』 등을 만들었어요. 돌베개에 와서 좋았던 점이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인문고전 분야를 전담하고, 신영복 선생님의 담당 편집자가 된 것인데요. 신영복 선생님은 사람의 향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분이었어요. 쌓인 추억도 정말 많은데요. 선생님의 책은 다 좋아요.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아쉽지만, 강물은 언젠간 바다에서 만나기에 아주 슬프지는 않습니다. 또 고(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전집을 만들 때 일종의 소명을 갖고 만들었어요. 기존에 나온 책들을 잘 갈무리하고 좋은 연설을 따로 한 권으로 엮어 『그리하여 노무현이라는 사람은』을 만들었죠. 무엇보다 <노무현 연보>를 만들게 되어 기뻤습니다. 위인에겐 연보가 있는 법이니 이분은 꼭 연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무현 연보>는 처음 나온 한정판 노무현 전집 안에만 있어서, 시중에서 따로 구할 수는 없습니다.) 박희병, 김명호 교수님의 책을 만들면서도 참 좋았습니다. 두 분 모두 한국문학계의 엄청난 학자신데요. 이런 학자들과 일할 수 있는 건 제 복이라고 생각해요.
개를 주제로 한 소설, 에세이, 엔솔로지 등은 많지만, 조선시대 문인이 쓴 ‘개와 관련한 문학 선집’은 처음 봅니다.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어떻게 나오게 된 책인가요?
이종묵 교수님과 전화를 하면서 요즘 무슨 강의를 하시는지 여쭤보았어요. 교수님은 늘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모아 강의를 하시는데 이번엔 ‘개’였습니다. 아무도 다룬 적이 없는 주제라서 듣자마자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원고를 보고 싶다고 요청드렸더니 흔쾌히 강의 원고를 보내주셨습니다. 처음 주신 원고에는 한문 원문이 모두 있고 각주도 엄청나게 달려 있었는데요. 교수님과 의논해서 다 뺐습니다. 주제가 중요하지, 한문 독해가 중요한 책은 아니니까요. 최대한 가볍게 털어내고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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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공감할 독자들이 많을 듯해요.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처음 교수님이 주신 제목은 좀더 쎘습니다. “사람이 때로 개만 못하다.” 메시지가 무척 강하죠. 가제는 ‘사람이~’였는데 제목 회의를 하면서 지금의 제목이 됐습니다. 바뀐 제목은 돌베개 대표님의 아이디어입니다. 뭐든 강해야 좋은 건 아니니까요. 제목을 바꾸고 나니 이제는 ‘때로는’이 맞아? 더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가장 감탄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륙이 쓴 「다른 새끼를 함께 거두어 키운 개」나 권헌이 쓴 「고양이에게 젖을 먹인 개」 등 ‘2장 젖 나눠 먹이는 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설마 이런 일이 있었겠어? 다 옛사람이 쓴 과장된 글이겠지, 싶을 수도 있지만 개들의 일화를 읽으면서, 자기 아이도 못 키워서 버리는 사람들이 생각났어요. 버려지는 아이들, 학대 받는 아이들, 만 18세가 되어 사회에 버려지듯 나오는 자립 청소년들이 떠오르면서, ‘정말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구나’ 생각했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부조리한 상황들이 안타까워서 든 생각이에요.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이 붙여졌는지, 실감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기도 하고, ‘전설 따라 삼천리’ 같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직접 보고 겪지 않은 일들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열린 마음으로 이 글들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글을 남기려 했던 옛 문인들의 마음도 이해해보면 어떨까요? 전 우리 조상님들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더라고요.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를 각별하게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누구인가요?
동물을 쓰레기 버리듯 내다버리는 이야기,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이는 뉴스 등을 볼 때, 눈살을 찌푸리신 분이라면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이 책에 글을 남긴 조선 문인들의 마음에는, 그렇지 못한 당시의 인간들에 대한 한숨이 섞여 있으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때로 개만 못한 경우는 많았던가 봅니다. 그래도 인간 세상이 이렇게 굴러오는 걸 보면, 어떻게든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 거라 믿어야겠지요.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편집자님이 만드실 책을 미리 귀띔해주신다면요.
저는 조금 어려운 책을 만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만들어야지, 심각해지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그게 쉽진 않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돌베개의 한국고전 관련 책을 펴낼 예정입니다. 우리 고전도 셰익스피어, 괴테 못지않은 명문이 많습니다. 당장에 <열하일기>의 원문을 책으로 냅니다. 이렇게 유명한 책인데 사실 아직 정본이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아마 완성된 책을 열면 한글보다 한자가 많을 테지만, 정말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춘향전>, <심청전>, <방한림전> 등 각색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한글소설도 낼 겁니다. 원본을 읽어봐야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근대 이후 우리 한글의 역사도 잘 갈무리해서 책으로 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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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_신영복 서화 탁상달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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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돌베개 북:레터 〈행간과 여백〉,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더 나은 뉴스레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중 50분을 선정하여 2025년 신영복 서화 탁상달력을 드립니다.
- 접수기간 : 11월 29일(금) ~ 12월 10일(화)
- 당첨발표 : 12월 11일(수) 오전, 돌베개 홈페이지 및 개별 문자 안내
- 참여방법 : 하단 '구독자 설문조사 참여하기' 버튼을 클릭하여 설문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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