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begae Book Letter
행간과 여백 _No. 11 / 250624
∥ Contents
- [인터뷰] 『정본 열하일기』 후일담_ 이경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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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의 말들 #8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_ 이승원
- [리뷰] 모임과 은인 - 『피뢰침과 스며듦』을 읽고_ 김신식 감정사회학자
- [프리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 갈까 (서울국제도서전 &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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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_『정본 열하일기』 후일담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사전 같은 책
'열하일기 독서클럽' 들어보셨나요? 2017년에 시작해 15기수, 약 500명 독자가 수료한 토론 중심의 독서 모임입니다. 연암의 여정을 따라 실제 답사 여행까지 진행됐던, 독자 주체의 독서클럽이었습니다. 돌베개의 고전 베스트셀러가 된 『열하일기』가 개정2판으로 새롭게 선보입니다. 놀라운 건 『정본 열하일기』도 함께 펴낸 거죠. "시장의 논리로만 보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책." 이경아 편집자에게 정본을 내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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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이 출간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아마 책을 받은 독자분들은 더 깜짝 놀라실 거예요. 꽉 들어찬 한자들과 몇 자 안 되는 한글. 그야말로 까만 건 글자, 하얀 건 종이입니다. (웃음) 시장의 논리로만 보면 『정본 열하일기』는 나올 수 없는 책이에요. 교감 작업을 수행하신 김혈조 교수님의 노동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일이고, 돌베개에서 공들인 시간 또한 가격을 매길 수 없죠. 그래도 우리 문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정교해지려면, 이런 기초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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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1932년에 박영철이 간행한 책이 공인된 판본이죠. 필사본은 60여 종이나된다고요. 정본이 이제야 나온 게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박희병 교수는 그의 번역서인 『나의 아버지 박지원』(원제 ‘과정록’過庭錄) 서문에서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독일에 괴테가, 중국에 소동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괴테의 작품도 소동파의 작품도 원전이 있는데, 연암의 『열하일기』만 공인된 원전(정본)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정본 작업은 이미 나왔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열하일기』는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번역되고 연구될 것이고,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표현될 거예요. 그러니 이 모든 것의 기준점이 될 정본이 반드시 필요하죠. 돌베개가 ‘정본’을 펴내고 꾸준히 연암 박지원의 전집과 『열하일기』 완역본을 내는 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표지에 능화판(한국 고서의 표지에 다양한 무늬를 박아 넣는 데 사용된 목판) 문양을 넣었어요.
‘능화판’은 말하자면 근대 이전 우리나라의 표지 디자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양한 능화판을 두루 살펴보고 가장 정갈하고 어울릴 만한 것으로 골랐습니다. 요철처럼 꾹 눌러 찍어서 표면에 입체감을 주었고요. 『정본 열하일기』는 628쪽에 가로 18.5cm, 세로 27.7cm의 크고 두꺼운 책이라 견고한 제본과 튼튼한 케이스를 만드는 게 중요해서, 사철제본으로 단단하게 묶고 본문이 180도로 쫙 펼쳐지도록 제본했습니다. 정본과 함께 나오는 개정2판 『열하일기』를 함께 놓고 보아도 불편함이 없어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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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한글 프로그램으로 입력된 한자 텍스트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자가 종적도 없이 심지어 빈 자리도 표시하지 않고 사라지거나 알 수 없는 다른 글자로 변신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해요. 이런 현상에는 특정한 규칙이 있겠지만, 그걸 찾아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무조건 한 글자씩 대조해야 합니다. 게다가 고유명사를 밑줄 치는 방식으로 표시하는 데서는 『열하일기』의 내용을 모르고는 교정을 볼 수가 없죠. 아마 이번 작업 때문에 제 시력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나이에 비해 노안이 오지 않았다 자부하고 살았는데, 결국 제게도 노안이 찾아온 듯합니다.
『열하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소장 가치가 무척 큰 책이에요.
독자 입장에서 한자가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열하일기』를 읽고 나면 원전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거예요. 어려운 한자는 ‘열하일기 완독클럽’에서 함께 읽으면 되고요. ‘정본’의 교감과 번역 작업을 수행한 김혈조 교수님의 특강과 완독클럽의 클럽장인 박수밀 교수님이 총 9강에 걸친 강의를 준비하고 계세요. 이 강의들을 들으면 『열하일기』의 압도적인 매력에 빠지실 거예요.
『정본 열하일기』를 더 재밌게 보는 방법이 있다면요.
이번에도 완독클럽을 운영해요. ‘정본’에는 연암 박지원의 후손 및 후인들이 불온하다고 잘라낸 부분들이 원상복구가 되었는데요. 그 부분을 찾아서 원문도 나란히 놓고 함께 읽어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판단해 봐야죠. 왜 삭제했는지. 그리고 숨겨진 연암 글쓰기의 매력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열하일기 완독클럽>은 7월 중에 오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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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이승원
"이미 타자의 욕망이
내 욕망이 되어버린 판타지 속에서
‘자기계발’로 훈련된 ‘나’는
어쩌면 더는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_ 이승원,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 123쪽
"어휴, 극강의 E이신가 봐요. 왜 이렇게 약속이 많으세요." 평일 낮 시간이 아니면 식사 약속을 안 잡는 나인데, 지난주에는 저녁 약속까지 있었던 나를 본 동료의 한 마디. "아니, 제가 만나자는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생각해보니 주말에도 전 직장 선배를 5년 만에 만나기로 했다. 평소 거절을 꽤나 잘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웬일인지 하나같이 보고 싶은 사람들의 연락이 잦았다.
MBTI 검사를 하면 외향형이 나오긴 하나,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이 모이는 공간은 극도로 꺼린다. 셋 만남이 딱 좋다. 네 명까지는 괜찮은데 이유를 따지자면 만나는 동안 잠깐씩 딴청을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가끔 나라는 사람의 특징을 골몰히 따져본다. 취향 확고한 편, 느린 결정 싫어함, 시간을 허투루 보낼 때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김, 뭐든지 잘 안 까먹는 편, 머릿속에 늘 해야 할 일들을 리마인드 함. (참 피곤하게 산다) 마흔 개 정도를 주르륵 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득 생각에 잠긴다. 생계형으로 다듬어진 성격인가 타고난 기질인가.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지나친 약속 결벽증(누군가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가끔은 풀어지고 싶은데 쉽지 않다.
멍을 때리기 위해, 생각의 갈피를 끊어내기 위해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하는 행위는 낮잠 청하기. 잠을 자는 이유는 딱 하나다. 말짱한 정신으로 다시 노동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 나는 왜 쉬지 못하는가, 왜 쉼 자체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이조차도 생산적인 행위로 정의하고자 할까. 극단의 효율을 추구하지 않으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할 듯 스스로를 달달 볶는 나는 때때로 축지법을 배우고 싶은 생각을 한다. (왜?)
지금은 아쉽게도 막을 내린 〈술꾼독서토론회〉 에피소드를 다시 본다.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 이승원 저자를 비롯한 게스트들이 초대 술꾼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꺼내 놓는다. 3년 전 영상인데도 왜 재밌나. 나랑 닮은 사연들의 등장 때문일까.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인간이 되지 않는 일, 자기계발의 판타지를 벗어나는 것, 과연 올해 여름에는 할 수 있을지. 가만가만 나를 다독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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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일은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10년간 연구자로 살아온 기록에서, 자신이 함께한 각종 모임이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곱씹는다. 윤여일에게 모임은 연구자로 살아오며 간과한 점을 되돌아보도록 이끈 성찰의 지대다. 사회학 연구자로 살아가게끔 하는 문제적 현장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의지를 다지는 고해소다. 모임에선 다신 만나지 않으리란 마음이 생기는 사람을 접한다. 때론 나의 인생에 오래 기억될 도움을 준 은인과 조우한다. 윤여일의 신간 덕분에 나는 은인을 다음과 같이 재정의하게 되었다. 사회의 주된 흐름이 낳은 폐단을 파악하고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폐단과 맞설 용기를 주는 존재. 윤여일은 통상적인 생활에서 비껴나 "어긋남의 시간"을 겪어나간 활동가, 연구자, 소설가, 연극인, 시각예술가, 출판인 등의 모습 그리고 이들에게서 비롯된 모임에 주목한다. 아울러 이들이 추구하는 남다른 삶의 방식이 모임의 형식적 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도. 그는 글투와 말투가 섞인 특유의 기록 형식을 통해 자신의 삶에 찾아온 은인들의 특성을 회상하듯 풀어낸다. 모임 속 은인과의 만남이 어떻게 연구를 추동하는지 하나하나 짚는다.
한데 모임 현장 속 타인들과 뒤엉킬 때 생성되는 말과 몸짓으로 말미암아, 윤여일은 연구자 스스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창안했다는 듯이 '찾았다'고 쓰지 않는다. 타인들의 문제의식을 "받아냈다"고 자주 표현한다. 그는 타인의 말과 생각 더 나아가 비인간적 존재가 들려주는 무언의 언어를 듣고 그 언어를 몸으로 받아내는 자로 본인을 설명한다. 이 과정을 거쳐 그는 자기 자신에게 스며든 타자의 목소리, 목소리에 스민 문제의식을 자신의 목소리로 '번역하는' 연구자임을 강조한다.
번역가로서의 연구자라는 지향점을 통해 윤여일은 은인(隱人), 즉 사회에서 '숨어 있는 존재'의 목소리를 논하는 일로 나아간다. 숨어 있는 존재는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 그가 책에 쓴 구분에 착안하자면, 한 사회에서 "있었다가 사라짐"을 당하는 부재(不在)의 존재일 수 있다. "있으나 없는 취급당하는" 비재(非在)의 존재일 수 있다. "이미 있는데도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미재(未在)의 존재일 수도 있다.
고로 『피뢰침과 스며듦』은 부재와 비재, 미재에 처한 타자를 굽어살피는 태도를 경계한 채 그러한 타자를 존중하고 지키는 방식을 모색하는 모임의 가능성과 확장성, 지속성을 권하는 책이다. 부재와 비재, 미재에 처한 타자들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외면해온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은인(恩人)임을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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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방문기
&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 PRE:ViEW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 갈까
_정지연 (@muffyeon)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 돌베개 신입 마케터 연입니다. 입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요. 정신없는 한 달이라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주의 여름은 싱그러운 녹음이 햇빛을 받을 때 가장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여름 하면 늘 서울국제도서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출판계의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고, 올해는 독자에서 출판인이 된 뒤 방문한 도서전이라 더욱 새로웠어요. 출판계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동료들이 있는 부스에 놀러 가기도 했지요. 아직은 미숙한 신입사원이라 긴장한 상태가 더해져 정신이 없었지만, 너무나 뜻깊은 도서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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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 매대에서 발견한 돌베개의 책들!
문재인 전 대통령님의 추천 도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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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부스.
타인의 독서를 훔쳐보는 것 같아 좋았어요.
누군가의 밑줄을 따라 읽은 문장들이 더 와닿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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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서전의 슬로건은 <믿을 구석>. 저의 믿을 구석도 오로지 책이라서 더욱 공감됐어요. 거시적인 폭력을 다룬 책도, 미시적인 삶을 다정하게 그려낸 책도. 저는 이런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는 책이 도처에 있기만 하다면,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요? 저의 믿을 구석은 책, 그리고 책을 읽는 우리 모두입니다.
다양한 부스를 돌아다니며 “돌베개 부스는 어디예요?”라고 물어보신 독자님이 있으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돌베개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다가오는 6월 27일 금요일부터 29일 일요일까지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에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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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열리는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는 “좋은 책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이 이어주는 인연 속에서, 독자와 저자, 출판사와 서점,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모여 책 문화를 나누는 담론의 장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다양한 출판사가 참여하여 4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는데요. 책 문화제에 맞게, 모두 오로지 ‘책’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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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사진을 클릭하시면 예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아이 돌봄이 필요한 독자님들을 위해, 어린이 분들이 즐길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두었어요. 아이와 손잡고 편히 '노무현시민센터'에 놀러 와 주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예매를 못 하셨더라도 현장에서도 예매가 가능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돌베개 식구들이 현장에서 독자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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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북:레터 〈행간과 여백〉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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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에디터 고운성, 정지연
마케팅 김영수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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