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행간을 읽어내는 마음
2021년쯤이었을 겁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신문, 뉴스, SNS에만 기대어 책 소식을 전하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독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뉴스레터가 붐이 됐습니다.
2024년 7월에 시작한 돌베개 레터는 후발 주자입니다. 매월 한 번 3,800명의 구독자들에게 돌베개의 신간 소식과 다양한 책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여정에서 자연스레 질문이 생겼습니다. 책이라는 텍스트는 현실과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출판은 어떻게 오늘의 삶에 말을 걸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 끝에 <행간과 여백>은 뉴스레터를 넘어 책과 현실을 잇는 ‘북 매거진’으로 개편합니다. 단지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와 사유, 현실과 응답이 만나는 자리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행간은 책으로부터 사유를 시작하는 자리이며, 여백은 그 사유가 닿아야 할 경계 너머의 현실이자, 독자와 함께 응답해 나가야 할 삶의 통로입니다. 돌베개는 이 두 공간 사이의 공백을 촘촘히 메우고자 합니다.
북 매거진 커버도 새로 선보입니다. 돌베개에는 세 가지 청소년 시리즈가 있습니다. ‘꿈꾸는 돌’, ‘생각하는 돌’, 그리고 ‘구르는 돌’. 여기에 또 하나의 돌을 보태려 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행간과 여백>은 세상을 읽어내는 시선과 함께 굴러갈 수 있는 힘을 담은 ‘사회 읽는 돌’입니다. 매 호마다 다른 결을 지닌 돌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와 목소리를 품고 여러분과 나란히 굴러가겠습니다.
개편 첫 호에는 『김규식과 그의 시대』 정병준 저자를 김창규 <딴지일보> 편집장이 만났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여백(margin)에 대해 장일호 <시사IN> 기자가 미디어가 담지 못한 ‘사회’의 말을 전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정지연 돌베개 마케터가 ‘계속 읽기’라는 제목으로 책 리뷰를 이어나갑니다. 8화를 맞이한 ‘작가의 말들’ 연재도 계속됩니다.
<행간과 여백>은 매월 둘째 주 수요일, 구독자 여러분을 찾아 뵐 예정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사회 읽는 돌’ <행간과 여백>이 여러분의 메일함에서 반짝이기를, 반갑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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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이번 호 속 사진 중 하나를 클릭하면, 정지연 마케터가 몰래 숨겨둔 비밀 편지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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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정병준이 복원한, 시대에 응답한 세계인 김규식
『김규식과 그의 시대』정병준 저자 X 김창규 <딴지일보>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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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 정병준… 으론 부족하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자료를 발굴, 역사의 빈 공간을 메우는 탐험형 사학자 정도면 얼추 맞다. 그의 주종인 한국 현대사는, 위험하고 논쟁적이며, 빈틈투성이의 자료를 자랑한다. 해서, 사학자들의 기피 종목이기도 하다. 그는 “시대가 선생님이고, 보는 자료가 선생님”이라는 신념으로 뚜벅뚜벅, 치밀하게, 걸어왔다.
정병준이 11년간 심연을 탐험한 인물이 있다. 조금은 낯선 이름, 김규식.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1시간 반에 걸친 『김규식과 그의 시대』 저자인 정병준 교수와의 인터뷰를 근거로 요약, 재구성한 것이다. 실수나 잘못이 있다면 오롯이 인터뷰어인 나의 잘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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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규식인가
“한국 근현대사는 우여곡절이 많다. 그렇기에 인식 자체가 극단화되어 있다. 호오가 분명하며, 영도가 분명하며, 그립이 분명한 이들을 애정한다. 하나 역사라는 건 인간의 삶과 행위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시대를 만들고 흐름을 만든다. 이 역사적 울림을 단순화하고 직선화하여 협소하게 이해한다는 건 실상을 놓치는 일이다. 역사적 성패와는 다른 진정성, 삶에서 우러나오는 공명이 근현대사를 깊고, 넓게 만든다.”
왜, 하필, ‘이분법’에서 벗어나 있는 김규식에 천착했는지에 대한 정병준의 답변이다. 우문현답이었다.
다른 독립운동가와 무엇이 달랐나
“고아로 언더우드에 입양된 김규식의 삶은 유년기부터 극적이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사진 속에는 호화로운 의자에 앉은 양반집 도련님처럼 보이지만, 사진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존’이나 ‘한국의 동자’로 기록되었을 뿐. 개인사와 나라의 비극적 운명을 응축해 보여주는 한 장이다.”
김규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가 된’ 순수한 미국 교육을 받았다. 다만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엘리트였던 김규식은 양아버지인 언더우드의 ‘개인 비서’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언더우드로부터의 탈출”은 그가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동기 중 하나라고 정병준은 말한다.
좌우합작은 이상주의 아닌가
이후 김규식은 임시정부에서 외무총장, 부주석 등의 요직을 거쳤으나 현실은 깊은 낙심의 연속이었다. 결국 이승만과의 갈등으로 사임한다.
“이승만은 미군정이 여러 번 기회를 줬는데 결국 실패했다. 독촉중협, 다음에 민주 의원, 그 다음 광산 스캔들로 떨어져 나간다. 김구는 반탁 시도로 떨어져 나간다. 김규식이 남았다. 미 국무부는 이승만 모델이 아닌, 김규식 모델로 정계를 재편하고 미국과 소련의 타협에 의한 미소 공동위원회를 원했다. 좌파에서 중도 좌파를 끌어와 중도파를 육성하고, 좌우합작 방식으로 중도 좌파를 끌어당기고, 우파의 지도자들은 내버려두면 어차피 다른 데 안 가니 합치면 된다. 이러면 미군정 지지 기반이 확장되고, 미소 공동위원회에서 대처 능력이 생긴다. 김규식에게도 이런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 좌우합작 운동을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김규식은 그런 판에서, 스스로의 롤이 뭔지를 판단한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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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왜 『김규식과 그의 시대』인가
정병준은 11년간의 치밀하고 방대한 연구를 통해 김규식이란 인물을 재구성한다. 김규식의 이야기는 김규식만으론 쓸 수 없는 이야기가 그득하다. 그와 호흡하고 함께 한 이들, 그리고 당대를 담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도, 증명도 할 수 없기에 『김규식과 그의 시대』다.
그의 말이 맴돈다. 위인도, 영웅도 없다. 시대에 응답하고 주어진 요구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되든, 인간의 삶과 역사는 실로 결과보다 과정에 있음을, 김규식, 그리고 그에게 11년을 받친 정병준에게서 배운다.
🗨️인터뷰 전문은 돌베개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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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여기 이렇게 귀하고 좋은 게 있다고
“많은 사람이 인생을 걸고 책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적당한 자리에 두고 쓰다듬고 싶었다. 여기 이렇게 귀하고 좋은 게 있다고 소문내고 싶었다. 서점에서 일하는 건 인생을 걸어 볼 만한 일이었다. 책을 팔다 길을 잃어도 마냥 좋았던 나날이었다.”
(『오춘실의 사계절』 22쪽, 김효선 지음,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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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종종 SNS에 책 리뷰를 올린다. 어쩌다 읽게 된 책인데 너무 좋아서 호들갑을 떨다 보면, 책 팟캐스트를 열심히 만들던 때가 그립다. 매주 신간을 펴낸 저자를 섭외하고, 딱 한 권의 책을 ‘이름 걸고’ 추천해야 했던 시절. 한 명이라도 내 추천 책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댓글을 남기면 일할 맛이 났다.
“기자님, 지하 미팅 룸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신간 미팅을 했는데 MD들의 무반응이 서운했다는 마케터들에게 나는 종종 팁을 줬다. “사무실 복귀하시면 바로 메일 한 통 넣으세요. 대면 미팅보다 더 중요한 건 메일인 것 같아요. 글로 설득해보세요.” 모든 저자들을 인터뷰할 수는 없으니,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서면 인터뷰 코너를 만들고, 출판사 뉴스레터를 시리즈로 소개하고 편집자를 만나 책 뒷이야기를 물어 지면에 실었다. 잘 팔리는 책만 주목하지 않으려고 나름 애썼던 기억이 김효선 알라딘 MD의 첫 책 『오춘실의 사계절』을 읽다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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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원도 원주의 동네서점 ‘책방, 걷는토끼’에 북토크를 하러 갔다. 책 이름이 귀여워 공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들어서자마자 나는 속으로 환호하고 말았다. 훗날 내가 서점을 연다면 “딱 이렇게 만들고 싶다”의 표본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방 회원들이 각자 큐레이터가 되어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을 선별해 나만의 책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회원부터 문학, 인문, 환경 책에 집중한 책장까지. 몇 시간을 둘러봐도 도저히 지루할 틈이 없을 공간이었다. 책방에 있는 모든 책들이 김효선 작가의 말처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 듯했다.
“책을 팔다 길을 잃어도 마냥 좋았던 나날”은 영원할 수 없지만, ‘마냥’이라는 두 글자를 빼면 현재 시제로 문장을 고쳐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 이렇게 귀하고 좋은 게 있다고 소문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 덕에 책들은 탄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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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윤리적 미궁
장일호 시사IN 기자 (@ilhostyle)
* 제목은 『연루됨』(조문영 지음, 글항아리) ‘여성 홈리스는 책이 될 수 있을까’에서 인용했습니다.
“저 무사히 살아 있습니다.”
7월 7일 오후 5시, 광주 전남대학교 앞은 400mm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성인 남성 허리께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습니다. 한 배달 라이더가 물살을 헤치고 음식을 픽업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죠. 이후 ‘전설의 기사님’을 찾는 SNS 게시물이 올라왔고, 해당 배달 라이더가 직접 긴 댓글을 남깁니다.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문장이 ‘살아 있다’라는 말이었어요. 그에 따르면 그날 그의 ‘목숨값’은 7000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악천후에 붙는 기상 할증 덕분에 그만큼 오른 금액이었다고 해요. 오토바이 위에 생계를 걸머진 이들에게 콜 취소는 당장 오늘의 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날, 콜비 7000원에 목숨까지 걸고 배달해야 했던 사람이 그 한 사람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배달 라이더에게 콜을 거절할 권한은 사실상 없습니다. 콜을 취소한 배달 라이더에게는 다음 콜이 잘 배정되지 않거나 먼 거리에 배정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혁신’이 있습니다. 로켓배송을 내세우는 쿠팡에도 배달 플랫폼과 비슷한 혁신이 작동합니다. 위탁 구역 조정 협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클렌징(배송 구역 회수)’이라는 말로 더 익숙하게 통용되는 제도입니다. 쿠팡은 정해진 배송 업무를 완료한 수행률을 바탕으로 배송 기사의 등급을 매깁니다. 예를 들면 오전 7시까지 배송해야 할 물건을 7시 1분에 배송하면 수행률이 떨어지는 식입니다. 이 등급이 떨어지면 ‘클렌징 당한다’ 즉, 사실상의 해고입니다.
오늘 우리가 받은 택배 상자에, 배달 음식 안에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이 감춰져 있습니다. 불안정 노동을 연구하는 이승윤 교수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에서 이를 ‘액화 노동(melting labour)’이라 개념화합니다. 플랫폼 생태계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일의 방식, 작업장 범위, 정해진 노동시간, 고용주와 노동자의 명확한 관계”(15쪽)라는 ‘전통적’ 노동 개념을 구성하던 여러 경계를 허물며 우리 일상에 등장했습니다. 사회안전망과 제도에서 미끄러진 사람들은 플랫폼 노동의 밑바닥으로 흘러 들어가 우리의 일상을 떠받칩니다. 넘어지고, 부딪치고, 끼이고, 떨어지면서요. 2024년 10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2020~2023년까지 4년간 쿠팡의 한 해 평균 재해율은 6.70%였습니다. 재해율은 연간 상시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를 뜻하는데요, 같은 기간 산업 전체 평균 재해율 0.63%과 비교하면 쿠팡이 10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시사IN> 906호).
솔직히 저는 이런 이야기가 지긋지긋합니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으니 눈 감고 싶고, 모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매일 벌어지는 이 ‘비인간’ 노동의 또 다른 공모자이기도 합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을 ‘불매’한다지만, 그와 비슷한 배송 시스템을 채택한 다른 사업장을 때때로 이용하곤 합니다. 2020년 사회적 합의로 ‘택배 없는 날’이 도입됐습니다.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주요 택배사가 멈추죠. 그러나 쿠팡은 올해도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인 저는 자주 윤리적 미궁에 빠집니다. 불매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시민으로서 저는 쉽게 무력감을 느낍니다. 정치는 왜 특히나 노동 문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요? 님과도 답이 아니라 질문을 나누고 싶습니다. 님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님은 이런 상황에 모멸감을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견디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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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백 대화방> 초대장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여백에 관한 님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장일호 기자님이 직접 답장을 남겨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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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타자 앞에 응답자로 서는 일
『문학동네』 여름호 대담을 읽다가, 김홍중 사회학자의 케노시스와 레비나스 윤리학에 관한 이야기가 어쩐지 돌파구처럼 느껴졌다. “케노시스는 자아의 축소, 퇴거, 사라짐이에요. 자기를 타자에게 완전히, 보답의 기약도 없이 내주는 것이 레비나스의 주체잖아요. (…) 인간은 케노시스적이다. 비워져 있고, 타자에게 점령되어 있고, 타자에게 의존해 있다. 취약하고, 파괴 가능하며, 그래서 타자의 볼모다.”(『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 , 142쪽) 이 말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던 ‘돌봄의 미래’에 관해 실마리를 주는 것 같았다.
3년 전 가을, 집 앞에 아주 작은 바가 생겼다. 얼마나 가깝냐면, 집 밖을 나와 불과 다섯 걸음만 걸어도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빌라밖에 없는 이곳에 왜 바가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에 이끌려 들어서게 됐다. 나와 사장님은 수없이 마주쳤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에도, 편의점에 갈 때에도. 집에 돌아오는 길, 사장님과 마주치면 일과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와 같은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는 유별난 공통점 없이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 공간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영화를 보고, 각자 만든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우리는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서로에게 먹여주는 데 진심이었다. 우리가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는 늘 “내일 봐”였다. 분명 또 마주칠 거라는 우리만의 암시. 우리는 그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돌봤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일상 속에 ‘들어왔다’. 아니, 어쩌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래 그곳에 있었고, 이제야 그 존재를 알아본 것뿐이다. 타자는 그렇게 불시에 나를 찾아온다. 타자는 환대하거나 내쳐지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볼모’로 삼는 존재다. 내가 누구인지조차 새롭게 묻게 만드는 존재. 레비나스 윤리학은 그런 만남이 남긴 진동, 그 자리를 기억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돌봄은 계약도, 결심도 아니다. 이미 생겨난 관계 속에서, 타자의 요청 앞에 서 있는 나를 자각하는 일이다.
레비나스를 스승으로 삼은 무도인 우치다 다쓰루의 『목표는 천하무적』은 무도적 방식으로 타자와 공생하는 법을 보여준다. 책 제목처럼 무도의 목표는 ‘천하무적’이지만, 그 시작은 ‘적’의 개념을 고쳐 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적은 ‘쓰러뜨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주의하고 경계함으로써 ‘적성’을 해제할 수 있으며, 적은 오히려 나의 지원자, 협력자로 변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적성’을 해제하는 일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폭음과 폭식을 삼가는 일”까지 포함된다. 무도란 결국 타인을 쓰러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 타인과 공생하며 살아남기 위한 자세이다.
강함은 독립이 아니라 서로에게 열린 취약함으로 드러나며, 겸손은 자기 절제가 아니라 타자 앞에서의 비워냄이다. ‘천하무적’은 독고다이의 선언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그로 인해 다시 중심을 잡는 인간의 상태다. 타자의 호소를 감지하고, 그 앞에 내가 응답자로 서는 일이다. 타자와의 공생을 위해 나를 끊임없이 수련하는 것. 관계 속에서 ‘나’는 점점 사라지고, 비워지고, 재구성된다. 그렇게 다시, 타자와 함께 살아갈 자세를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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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천하무적』이 무도를 통해 타자와의 공존과 돌봄에 관해 말한다면,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는 청소년기의 몸과 관계를 통해 돌봄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서로의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돌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돌봄의 다양한 가능성을 이 책과 함께 마주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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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편 맞이 ‘잡담회’ 소식을 전합니다! <행간과 여백>과 <보름유유>가 잡담회를 열었습니다.
<거북목 편지>를 발행하는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님, <오!레터>를 만드는 오월의봄 신연경 마케터님, <보름유유>를 책임지는 유유 전민영 마케터님과 인수 편집자님까지—출판사 뉴스레터를 만드는 분들과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뉴스레터가 스팸 메일이 될 뻔했던 웃픈 에피소드부터, 대표님 몰래(?) 넣고 싶은 콘텐츠 이야기까지! 뉴스레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난 크고 작은 고민과 기쁨, 팁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고 있다는 감각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따뜻하고 유쾌했던 시간을 구독자님과도 나누고 싶어요. 잡담회 전문은 8월 15일, <보름유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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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이벤트] <행간과 여백> 함께 읽기 이벤트🎉
이번 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꼭지를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등)에 소개하고,
아래 필수 해시태그 3종을 달아주세요.
#행간과여백 #돌베개북매거진 #뉴스레터
참여 방법: ① SNS에 게시물 업로드 → ② 구글폼에 게시물 URL 제출
선물: 추첨 5명, 돌베개 도서 (블라인드 북 1권)
기간: 2025. 8. 13(수)–8. 20(수)
도서 발송: 2025. 8. 22(금)
* 게시물은 공개 설정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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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Book Magazine <행간과 여백>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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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에디터 정지연
마케터 김영수, 고운성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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