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여백을 채우는 시선
“책을 쓰고 나서, 저자로서 가장 열심히 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3초 컷으로 답했는데요. 바로 독자들의 리뷰를 찾아 읽는 일이었습니다.
북 매거진 <행간과 여백>으로 바뀐 돌베개 뉴스레터의 반응 또한 무척 궁금했는데요.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은 역시 “커버가 있으니 눈에 확 들어온다”, “가독성이 좋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할 때마다 종종 말하곤 합니다. “좋은 선물, 귀한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은 포장에도 신경을 쓰기 마련이잖아요. 글,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중한 글의 포장지, 커버는 무척 중요합니다.”라고요.
돌베개 책은 북디자인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행간과 여백> No. 14에서는 돌베개 책들에 멋진 옷을 만들어주는 김민해 디자이너가 『김규식과 그의 시대』 디자인 리뷰를 썼고요. 장일호 <시사IN> 기자가 화제의 신간 『화이트칼라』 서평을, 인터뷰 코너에서는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 허균 작가를 만났습니다. 또 정지연 마케터가 ‘군산북페어 2025’를 다녀온 후기를 전하고, ‘작가의 말들’은 『피뢰침과 스며듦』을 읽고 인상적이었던 한 문장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지난 호에서 개편 이벤트를 진행하며, 구독자분들의 질문을 받았는데요. 파주출판단지의 맛집을 꼭 알려달라는 쪽지를 받아 냉큼 소개해봅니다. 바로 ‘동네부엌 천천히’(@patislow)인데요. 한 끼에 무려(단돈) 9천 원! 돌베개 편집자, 디자이너들의 후기에 따르면 “모든 메뉴에 실패가 없다”고 합니다. 매주 인스타그램에 식단이 올라오는데요. 평일 점심에만 운영하니, 파주에 오실 일이 생기면 들러보세요.
“좋았다, 궁금하다, 아쉬웠다.” 어떤 리뷰라도 좋으니까요. 돌베개의 책들에도 많은 피드백을 부탁 드립니다. 여백을 채우는 시선은 독자의 몫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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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이라는 세계를 천착하는 이유
1900년대 말경까지만 해도 한국 미술사 연구 방법은 주로 양식사 위주였습니다. 이런 연구만으로는 전통 미술의 정체성을 밝혀내기 어렵죠. 유·무형의 문화유산들, 이를 테면 건축, 조형물 등의 작품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배후에서 작동했던 ‘상징 체계’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것을 만들고 누린 향유층의 생활 철학과 사고 구조 등 무형의 인문적 코드를 읽어내고 동시에 작품의 본질을 투시해 볼 수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전통 미술
이 영화가 왜 성공했을까요? 아마도 내면적 갈등의 극복, 주체적 삶, 우정, 선악 등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이슈를 담은 중독성 있는 노래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음악 팬덤을 형성한 연유가 컸을 겁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 노래를 한국의 무속 신앙(무당, 신칼), 한복, 한옥 등의 생활 문화, 일월오악도 등의 전통 미술, 그리고 민화 밖으로 나온 까치와 호랑이에서부터 현대 한국인의 사소한 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의 특수성이라는 그릇에 담아 녹여 내지 않았다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듣기로는 영화 속에 잠시 등장하는 호랑이 ‘더피’가 세계인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더피는 한국 민화 「작호도」의 주인공으로, 이미 한국 호랑이의 표상으로 자리 잡은 호랑이 모습입니다. 세계인들이 더피를 좋아하는 까닭은 이 호랑이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의 원본 심성을 자극하는 한국적 정서와 심성에 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더피 호랑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려는 외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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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등장하는 「작호도」
처음엔 「작호도」를 표지 그림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그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강렬한 민화적 이미지 때문에 이 책이 자칫 민화를 주제로 한 책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조상들의 생활 철학과 현실적 욕망, 우주관과 자연관, 생사관 등과 같은 인문적 코드가 당대 건축물과 조형물 등에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투영되었는가를 살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표지 디자인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편집자가 내심 기대했듯이 일단 독자들로 하여금 익숙하고 좋아하는 관문을 통해 들어가게끔 한 다음 점입가경을 즐기게 하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이곳, 꼭 가보세요
먼저, 자연과 인공이 하나의 경관 속에 통합된 ‘경복궁 경회루 연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조경적, 건축적 아름다움과 심오한 상징성을 함께 갖춘 대표적 유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대 공간은 크게 물 위에 뜬 세 개의 섬, 방주와 원주로 이루어진 누각, 그리고 세 개의 돌다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에는 우주와 천체의 모형, 전통적 우주관, 역의 원리, 그리고 신선 사상과 유교 철학이 투영돼 있죠. 현장에서 이 같은 다양한 주제들이 실제로 어떤 구체적, 시각적 방법으로 표상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서울의 조선시대 궁궐에는 복원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된 사례들이 적지 않은데 ‘창덕궁 숙장문’, ‘창경궁 빈양문 편액’의 경우도 이 같은 예에 속합니다. 여기서 훼손되었다고 한 것은 궁문 복원 후 편액을 달 때 당초 궁궐 건축에 적용되었던 방위관, 내·외관 등 무형적 질서를 무시한 것을 지적해서 하는 말입니다. 현장에서 이들 궁문의 편액 위치가 왜 잘못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낸다면 그만큼 우리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높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전통 미술 깊이 감상하고 이해하려면
“인간이 만든 모든 조형물은 관념과 삶의 양식을 증언하는 증거물”이라는 관점 하에서 그 작품을 언제 누가 만들었고, 그것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은 무엇이며, 제작자는 물론 그것을 향유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현실적 욕망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외연과 내포를 동시에 파악하고 이 둘을 연계해서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외연은 산수화의 산과 물처럼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에 비유될 수 있고, 내포는 그것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사상과 철학 같은 인문적 요소들을 말합니다. 전통 미술을 올바르게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방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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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옛 그림을 보는 법』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궁궐 장식』 저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외부용역과제 평가자문위원,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KBS 〈TV쇼 진품명품〉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민화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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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장일호 <시사IN> 기자 (@ilhostyle)
지난해 결혼 기념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었다. 노동조합과 회사의 협의에 따라 5년 근속마다 주어지는 2주간의 안식 휴가를 온 참이었다. 8시간 시차를 건너 “무얼 하며 놀고 있느냐”라는 친구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나와 동거인은 공원에서 산책하는 개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는 주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목적 없이 걸었고, 길을 잃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당장 친구의 타박이 돌아왔다. “서울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정말 뭘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이야? 서울에서는 이렇게 멍청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그때 나는 최고의 사치를 부리고 있었다. 시간을 마구 낭비하는. 노동의 대가로 노동 바깥에 있을 수 있었던 “빛나는 2주는 지루한 삶에 꿈 같은 삶을 채워”줬고 “삶을 합리화하고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줬다(383쪽).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찰스 라이트 밀스의 『화이트칼라』는 “여러 직업이 섞인 이 샐러드”(430쪽) 같은 미국 사회 신중간계급의 세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더 이상 노동이 “성찰, 상상, 꿈, 욕망의 기능”(353쪽)을 하지 못하는 시대에 대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날마다 자신들의 작은 조각을 팔아서 ‘재미’라는 동전”(354쪽)을 구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가, 즉 소비자로서만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게 된 이들은 “일할 때는 지루해하고 놀 때는 안절부절못하며, 이 끔찍한 교대”(33쪽)로 지친 사람들이기도 하다.
74년 전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화이트칼라』는 오늘날 ‘우리’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가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이 열망하는 목표는 소수만 달성할 수 있”(420쪽)지만 마르크스주의로 대표되는 계급적 전망은 무화하고, “관대한 성공의 낭만주의는 의심할 여지 없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줄여준다.”(496쪽) 그러나 그 기저에 깔린 불안마저 사라지지는 않았다. “무력하고 소외되었지만 기득권을 뺏기지는 않은”(247쪽) 신중간계급은 자신이 경험하는 소외를 집단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정부의 사회보장은 그 대표적인 발명품이며, “‘복지국가’는 기본적인 계급 구조는 바꾸지 않은 채 계급의 기회를 관리하려고 시도한다.”(439쪽)
이런 세상에서 ‘정치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밀스는 “자신을 정당하게 요구하는 정치세력으로 간주하면서 아무리 작더라도 자신의 기대가 결국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을 키워나가는 일”(483쪽)이라고 말한다. 그 일은 오늘날 ‘불가능’의 얼굴로 우리 앞에 도착한 것처럼 보인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무관심”(509쪽)이 우리 사회의 전망을 대표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 도착한 책은 우리에게 후위병으로 만족하는 ‘작은 사람’으로 살 것이냐고 묻는 것 같다. 『화이트칼라』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사회학자 조형근은 밀스를 “아는 대로 살고자 한 인간이었다. 종종 실패했지만”이라고 평한다. 읽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으로 사는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선물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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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시사IN> 기자. 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을러 스스로를 자주 미워한다.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는 않다. 묻어가는 일에 능하고 드러나는 일에 수줍은 사람. 이토록 귀찮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책 읽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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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독서모임 안내
74년 전 미국 사회를 그린 『화이트칼라』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첫 한국어 완역본 출간을 기념해, 역자 조형근 사회학자와 예스24 손민규 PD가 함께하는 독서모임이 열립니다. “오늘 우리의 계급은 어디쯤일까?” 『화이트칼라』가 던지는 질문을 현재 한국 사회와 연결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9월 21일(일) 오후 2시 ~ 3시 30분 📍 파주 쩜오책방 (경기도 파주시 꽃아마길 35) 🎟️ 참가비 10,000원 (*도서 구매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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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은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외교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부주석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절에 그는 ‘John Kiusic Soho Kimm’이라는 기존 표기법이 아닌 독특한 방식의 표기로 서양권에서 독립을 위한 외교적 활동을 펼쳤고, 중국에서는 ‘金奎植’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여러 가명을 사용하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습니다.
‘김규식 - J. Kiusic S. Kimm - 金奎植’ ― 한 인물을 지칭하는 다양한 언어의 표기가 제게 와닿았던 것도 이러한 배경과 관련이 깊습니다. 김규식이 독립운동에서 맡았던 외교적 역할이 이름의 활용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3권 시리즈인 이 책에서는 동일한 종이와 레이아웃을 사용해 디자인적 통일감을 주고, 같은 뜻을 가진 세 언어의 서로 다른 형태와 밀도에서 나오는 리듬감을 통해 통일성 안에서 각 권의 변화를 담고자 했습니다.
또 표지 뒷면에는 김규식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그리고 노년 시절의 사진을 이중바리로 배치해, 한 인물의 생을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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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열심히 책을 읽고 세미나를 여러 개 하지만, 지식이 늘어간다는 건 남들의 관념을
기성복으로 삼아 여러 벌 껴입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피뢰침과 스며듦』, 윤여일 지음,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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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읽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내 주변의 수많은 다독가 중에 TOP. 최근 ‘알라딘 26주년 당신의 기록 영수증’을 확인했는데 상위 0.01%가 나왔단다. (참고로 yes24에서도 플래티넘 회원) “왜 그렇게 많이 읽어요?”라는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는데, 상대는 멋쩍은 듯 말을 보탰다. “제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 많은데 경험만으로는 충족이 안 되니까요. 활자라도 채우는 거예요.”
생업에서 은퇴하게 되면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동네 구립도서관을 순회하고 똑같은 열람실이 지겨워지면, 정독도서관에도 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미술도서관, 서울공예박물관 공예도서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돌면서 각종 독서문화행사를 참여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지 않을까, 자주 상상했다.
책 속에 파묻히고 읽는 사람을 곁에 두는 일상. 생각만해도 희열이 느껴진다고? 전혀, 오히려 아찔하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아는데, 고독을 탐닉해본 역사가 없는데 어찌 망상을 멈추지 못할까. “축적한다는 지식 행위에 대한 반발로서 월간지 『인물과 사상』에 2년간 여행기를 연재하며 돌아다닌 시기가 있다.”(45쪽)는 윤여일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읽는 삶에서 쓰는 삶으로의 전환은 독서가에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안해서 읽는다”는 사람에게 “불안하면 한 번 써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적어도 나에게 ‘쓰기’의 효능은 탁월했으니까. 마감을 약속하는 게 두려워 망설였던 출간 제안 메일도 다시 열어 꼼꼼히 읽었다. 답장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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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책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 ‘군산북페어 2025’ 출장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연 마케터입니다. 🤗
정사원이 된 지 2주 만에 첫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요… 바로 ‘군산북페어 2025’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민해 디자이너님의 “지연님도 군산북페어 가세요?”라는 말에 귀가 얇은 제가 올해는 꼭 가야겠다! 하며 호기롭게 군산행 버스를 예매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행간과 여백> 독자님들께도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어, 여행이 제 첫 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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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음악이 정말 좋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간 첫째 날에는 DJ 박다함 님(@parkdaham)께서 디제잉을 맡으셨어요. 군산북페어를 생각하며 ‘유닛 - 연대 - 시선 - 세상 - 협업 - 동료 - 유머 - 상상 - 틈 - 실천 - 시간 - 경계 - 고집 - 수집 - 여행 – 감정’이라는 키워드로 음악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Schoolgirl byebye의 노래도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부스를 구경하는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들 덕분에 몇 배는 더 신났습니다. 좋은 음악은 그 순간에 새로운 풍경을 덧붙입니다. 키워드별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부스에서 고른 책과 겹쳐 보이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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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대전인 사람으로서 꿈돌이로 가득한 노네임프레스(@nonamepress.kr) 부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노네임프레스는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데요. 특히 『OO박물관』 시리즈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리즈 중 1권인 『꿈 KKUM』은 대전 곳곳에 남아 있는 꿈돌이 낙서들을 모아놓은 아카이브입니다. 기고 글이 인상 깊어 일부 소개합니다.
“하지만 꿈돌이는 외견상으로만 어려지고 귀여워졌을 뿐, 여자친구였던 꿈순이와 결혼해
자식을 넷이나 낳고 대전에 자리를 잡은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었다・・・.”
(기고 글 발췌, 전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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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꿈돌이 가방은 고민하다가 사지 못했는데 민해 디자이너님이 사신 걸 보고 후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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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다양한 서점과 출판사 부스를 구경하며 책 설명을 옆에서 몰래 들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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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칼로 북숍의 물음표 가득한 큐레이션 문구가 퍽 인상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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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시면, 구독자님들께 가장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 한 권씩 뽑아 소개한 글이 나와요!
군산북페어에서 잔뜩 흥분하면서 책을 보는데, 민해 디자이너님을 마주쳤어요. 둘 다 책에 눈이 멀어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회사에서 함께 무엇을 샀는지 보여주며 이야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군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저는 북페어에서 마주친 얼굴들이 잊히지 않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몇 시간을 구경해도 모자라 하루만 방문한 게 아쉬웠어요. 지난해 6,600명이 방문했던 군산북페어는 올해 9,800명의 방문객을 달성했다고 해요. 북페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책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이곳에 우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도, 만드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여실히 주는 곳. 책이라는 물성 뒤에 숨겨진 얼굴들과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자꾸만 저는 말을 걸고 싶어집니다.
저는 요즘 책의 또 다른 가능성에 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구독자님들에게 책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책은 환대이며 연대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고통을 못 본 척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여러분에게 책은 무엇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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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 X 영화 <3학년 2학기> 티켓 증정 이벤트 국내 영화제 10관왕을 석권한 이란희 감독의 작품, 직업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3학년 2학기>를 <행간과 여백>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촬영 현장에서 이란희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읽은 책은 은유 작가의 르포르타주 에세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었습니다.『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을 가까이서 기록한 책이라면, 영화 <3학년 2학기>는 그 삶을 스크린 위에 펼쳐 보입니다. 책과 영화는 서로 다른 형식이지만, 현장에 선 청소년들이 겪는 삶의 무게와 그 속에서 움트는 두려움과 용기를 함께 보여줍니다.
📍이벤트 안내 참여: <행간과 여백> 피드백 작성 증정: 영화 <3학년 2학기> 티켓 (1인 2매) 총 2명 기간: ~ 9/17(수)까지 발표: 9/18(목), 개별 연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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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Book Magazine <행간과 여백>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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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에디터 정지연
마케터 김영수, 고운성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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