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일지』 특별 굿즈부터 북토크 소식까지! 여는 글
발견하는 기쁨
전 세계 출판계가 가장 들썩이는 때는 언제일까요? 네,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때죠. 2026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작가 ‘앤 카슨’에게 돌아갔습니다. 지난 10월 8일, 발표 이후 앤 카슨의 책 판매량은 230배로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물론 발표 직전 기준, 나흘간의 판매량 비교입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누가 받아도 놀라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앤 카슨’의 수상 소식을 듣고는 꽤 반가웠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녹스』를 읽었을 때 충격이 매우 컸거든요. 일찌감치 앤 카슨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 출판사 세 곳의 면면을 봐도 퍽 즐거운 소식이었습니다.
주위의 편집자들에게 종종 묻습니다. 어떤 책을 낼 때 가장 기쁜가요? 여러 답이 있지만,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좋은 저자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발굴하는 기쁨, 이것은 비단 출판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행간과 여백’ 27호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북토크(10/28)를 함께 진행하게 된 녹색연합 서해 활동가의 이야기, 심용환 작가의 『백범일지』 개정증보판 서평, 작가의 말들, 장일호 〈시사IN〉 기자의 연재 칼럼, ‘행간과 여백’ 애독자인 김수진 편집자와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즐겁게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 주시고, 오는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 파주출판단지 돌베개 사옥 ‘행간과 여백’ 카페에서 열리는 ‘구독자 살롱’에서 반갑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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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녹색연합을 알고 계신가요?
녹색연합은 야생동물 개체 또는 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넘어 그들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보전하는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이 뿌리내릴 수 없는 공간에서 자라고 있다면, 아무리 물을 주고 영양제를 투여해도 그 식물은 건강히 자라나기 어렵습니다. 녹색연합은 이 식물들이 마음껏 자라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안정적인 토양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크게는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해 야생동물의 생태를 관찰, 조사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문제를 널리 알리거나, 시민들이 조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야생동물탐사단’도 녹색연합의 대표적인 활동입니다. 멸종위기종 산양의 최남단 집단 서식지 ‘경상북도 울진’에 시민들을 초대하고 함께 산에 들어가 야생동물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곳에서는 산양과 삵의 똥, 노루의 발자국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데요. 마을에서 먹고 자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상상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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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영 작가님의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북토크를 녹색연합이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 속에 등장하는 ‘산양-내 인생의 화두’의 알렉산더 미슬렌코프와 이나 볼로쉬나 부부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의 시호테알린에서 30년간 산양을 연구해 온 부부는 최저 생계 수준의 급여를 받거나 급여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감자를 키우면서 무려 5천 시간 동안 산양을 관찰하고, 어떤 개체는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 11년간 관찰했다고 합니다. 최태영 작가님 또한 이들 덕분에 ‘현장을 고집하는 연구자’로 정체성을 다졌다고 말씀하시죠.
활동가로 일하는 저 역시 동물의 행위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고 싶어 답답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숨에 얻으려 해서는 안되고, 가질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야생의 동물을 직접 보는 일은 순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관찰은 무인센서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한정된 화각과 공간 안에서만 가능하니까요. 동물들의 삶을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부부의 말처럼 ‘산양의 공간에서 머물며 경계하지 않는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첫 단계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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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보호’받을 필요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파괴한 뒤부터 ‘보호의 대상’으로 전락했죠.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에서는 ‘지켜야 할 대상’이라는 담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동물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를 비춥니다.
녹색연합은 당장 눈앞에 놓인 고통을 제거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의 행위가 그 대상의 미래에 미칠 영향과 더 나아가 생태계 전체에 미칠 영향을 무겁게 생각합니다.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에서는 각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해 해당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여러 추측과 근거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개별 동물에 대한 사랑에서 더 나아가 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조금은 먼 차원처럼 느껴지던 녹색연합의 야생동물 활동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것 같습니다.
저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을 읽으며 ‘관찰’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러시아에서 산양을 연구한 부부는 저자에게 산양을 얼마나 관찰했는지 묻습니다. 몇 시간 관찰했냐고 묻는 부부에게 저자는 “딱 한 번”이라고 답하죠.
무인센서카메라처럼 제한된 기계를 거친 관찰은 어딘가 누락되기 마련입니다. 산양의 행동을 온전히 날것으로 관찰했을 때 비로소 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산양을 직접 본 것은 뜻밖의 조우 또는 매개체를 통한 관망 정도에 머물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서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자비한 밀렵과 남획으로 절멸의 위기에 처했던 반달가슴곰의 개체수를 회복하고자, 여러 국가에서 한반도 반달가슴곰과 같은 혈통의 개체를 도입해 옵니다. 20년이 넘는 노력 끝에 현재 지리산 일대에는 100여 개체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지만, 국민의 반응은 달갑지 않지요. 맹수인 반달가슴곰이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견디지 못해 위치추적기로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개체수를 늘리기로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서식지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의 수를 늘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들의 삶터를 처참히 파괴합니다. 곰과 인간이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지요. 적어도 개체수 복원과 서식지 파괴가 동일한 공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동물의 고유성에 주목하려 노력하고, 그에 맞게 인간의 행동과 사회의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합니다.
오는 10월 28일 열리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북토크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그리는 분들께서 자리해 주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간 너머의 존재들 또한 주체가 되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어떤 것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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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못난 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못났더라도 국민의 하나, 민족의 하나라는 사실을 믿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쉬지 않고 해온 것이다. 이것이 내 생애요, 내 생애의 기록이 이 책이다. ─ 김구, 『백범일지』에서
김구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독립운동사, 정확히 말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동학당 지도자, 치하포 사건 주모자, 임시정부 경무국장, 한인애국단 단장, 충칭 임시정부 주석. 그리고 해방 후인 1949년 그는 좌우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 암살당했다.
황해도 상놈 출신으로 동학농민운동에 공명하여 반란을 일으켰고 명성황후의 죽음에 분개, 쓰치다를 암살범으로 여겨 맨손으로 때려죽였다. 깊은 방황을 행동으로 옮기고 한반도 곳곳과 만주 일대를 쏘다니며 세상이 어떤지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젊은이. 그는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남을 돌볼 수 있는 책임감과 자제심을 갖춘 사람으로 변모하였고 교회와 공동체를 돌보는 애국계몽운동가가 되었다.
3·1운동이 일어나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안창호를 찾아가 새나라의 문지기가 되고자 했으나 경무국장이 되어 임시정부 활동을 수호하는 역할에 나섰다. 그가 진가를 드러낸 것은 1923년 이후 임시정부가 비탄한 지경에 빠져들었을 때이다. 대통령 이승만과 국무총리 이동휘는 서로를 혐오하며 임시정부를 떠났고 안창호는 난국을 타개하고자 국민대표회의를 열었지만 그 치열했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시정부는 파탄에 이른다.
제 나이가 31세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인생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하여 우리 독립사업에 헌신하고자 상해에 왔습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인가. 이봉창과 윤봉길. 새로운 청년들이 임시정부를 찾아왔고 김구는 이들과 함께 한인애국단을 조직, 도쿄에서 천황이 탄 마차를 향해, 홍커우공원에서 상하이 사변을 축하하는 자리를 향해 폭탄을 던졌다. 3·1운동이 1920년대의 독립운동사를 열었다면 한인애국단의 의거는 1930년대 독립운동의 새로운 비상을 알렸다. 당시 중국은 만주사변 등을 겪으며 일본의 침략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과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듯 조선인 의사들의 활약에 주목, 김구가 이끄는 임시정부를 지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40년대 초반 중일전쟁이 한창인 시절 임시정부는 대일선전 포고, 광복군 창설, 건국강령 발표, 카이로회담에서 조선의 독립 보장 등 굵직한 업적을 이루어내며 독립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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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이 항복한답니다... 이 소식은 내게 희소식이라기 보다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이었다. 수년 동안 애를 써서 참전을 준비한 것도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까지 들인 정성이 아깝고 다가올 일이 걱정되었다.
김구의 우려처럼 해방 이후의 상황은 혼돈 그 자체였다. 해방의 기쁨은 잠시였고 민중은 이념에 따라 결집하였으며 소련과 미국은, 김일성과 이승만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 극도의 좌우 갈등 가운데 김구는 이념보다 민족이 우선하고, 분단이 아닌 통일을 선택함으로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인 동학농민운동, 고종을 중심으로 한 구국운동, 독립지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애국계몽운동,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근거한 대한민국임시정부. 해방까지 끈을 이어온 치열한 독립투쟁과 여전히 중요한 화두로 기능하고 있는 남북 분단 문제. 김구는 이 모든 것에 천착하였고 그러한 삶을 통해 역사를 이루었다.
최광옥, 안창호, 양기탁, 현익철, 이동녕, 차이석. 이들은 모두 이제 없다. 무릇 난 자는 다 죽는 것이니 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개인이 나고 죽는 중에도 민족의 생명은 늘 있고 늘 젊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체로 성벽을 삼아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고, 우리의 시체로 발등상을 삼아서 우리의 자손을 높이고, 우리의 시체로 거름을 삼아서 우리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김구는 평생에 걸쳐 두 차례 자서전을 남겼다. 활동 중에 남긴 글이기 때문에 투박하고 국한문 혼용으로 쓰인 데다 그의 초서체는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독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비서가 남긴 기록 등을 더하고 이광수가 윤문을 하여 읽기 좋게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대표적인 한국현대사 연구자 도진순 선생이 이 책의 주해를 맡게 된다. 1997년 돌베개 출판사를 통해 ‘백범 김구 자서전’은 당시로써는 희귀했던 여러 사진 자료와 함께 읽기 좋게 편집되어 세상에 나왔고 큰 이목을 끌었다. 이후 30년간 『백범일지』는 단지 김구의 위대한 일생에 대한 경탄이 아닌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기반에는 도진순이라는 탁월한 학자의 뛰어난 연구가 있었다. 각주와 미주를 통해 그는 본문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김구가 잘못 기억했던 부분에 대한 오류까지 꼼꼼히 정리함으로써 자서전이 갖추어야 할 수준이 무엇인가를 증명했다.
또 세월이 흘러 『백범일지』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1997년 이후 새로운 판본이 나올 때마다 그는 새롭게 연구하고 확정된 사실을 주해에 추가하였고 그러한 30년의 노력을 통해 완성본이라 할 수 있는 개정판을 냈다. 김구가 당대와 싸워냈다면 도진순은 역사와 싸워내며 우리의 기억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낸 것이다.
도진순은 오랫동안 이육사와 안중근, 해방 정국, 여운형, 한국전쟁 등 여러 연구 주제를 두고 학자로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한 치열한 연구 과정에도 그는 『백범일지』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고 조만간 보다 섬세하고 세밀한 연보 작업의 결과물을 세상에 들고 나올 것이다.
『백범일지』는 그 자체로 탁월한 역사책이다. 하지만 역사를 진심으로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면 도진순의 주해를 꼼꼼히 살펴보며 보다 풍성하게 시대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켜야만 한다. 그것은 모든 역사학도에게 필수적인 과정이며 ‘역사란 무엇인가’를 탐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김구에 대한 비방과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김구가 현재적인 인물이며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다시 김구를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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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개정증보판 출간 기념 특별 굿즈 🤍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과 2026 유네스코 ‘백범의 해’를 기념해, 『백범일지』 개정증보판 특별 굿즈를 준비했습니다. 각 온라인서점에서 『백범일지』 개정증보판과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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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불행은 엄연히 다르다. 슬픔은 감정이고 불행은 내 감정이나 형편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니까.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하유지 지음, 102쪽)
“너와 나의 회복력을 믿고 싶어.” 하유지 작가의 신작 소설을 읽다 며칠 전 받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근 2년간 연락 없는 후배에게 추석을 맞아 안부 문자를 보냈다. 후배에게 사정이 있어 연락이 없다는 걸 알기에 더 기다려야지 생각한 게 어언 2년. 이렇게 3년, 4년 흐르다 보면 더 연락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주 짧게 문자를 보냈다. 몇 시간 후 답장이 왔다. “선배님, 잘 지내시나요. 저는 종종 선배님 카톡 프로필 훔쳐보며 지냅니다. 저도 자주 생각해요.”로 시작된 장문의 답장. 연락이 없어 서운해할 것을 알지만 연락을 못했다는 후배의 이야기를 읽고는 ‘나 전혀 서운하지 않았어. 걱정했지’라고 생각했다. 정말 조금도? 그렇다. 우리 둘 사이에 쌓은 신뢰와 우정은 각별히 두터우니까, 우리의 회복력을 믿고 싶었다.
소설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의 주인공 오한봄은 친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엄마가 할머니의 수술 날짜가 잡히면서 보호자의 명목으로 찾아온다. 갑자기 등장한 엄마를 원망해야 할지 반가워해야 할지 갈등하는 오한봄. 이 소설은 해피엔딩일까.
슬픔은 스스로가 바꿀 수 없는 감정이다. 슬픔이 느껴지는데 그것을 어찌 기쁨으로 바꿀 재주가 있는가. 하지만 불행은 때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한봄과 그의 엄마가 믿게 될 회복력, 그건 나와 후배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어떤 계절은 영원하기도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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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낡고 지친 40대 저질 체력으로 청소년 체력을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왁뿌볼’을 사겠다며 서울 창신동 완구거리를 헤집고 다니던 조카들이 영화까지 보겠다고 했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었던 나는 속으로 ‘일단 살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걸음 수는 이미 1만 5000보를 넘어서고 있었다. ‘치이카와인지 뭔지 보는 동안 눈 좀 붙여야지.’ 계획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집중력까지 회복했다.
영화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130만 명을 넘겼다. 전체관람가인데 체감상 성인 관객이 더 많았다. 솔직한 첫 감상은 ‘이거 애들이 봐도 돼?’였다.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검열관의 활개를 잠재우느라 애먹었다. ‘어린이용’이나 ‘청소년용’ 어둠이 따로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움찔했다. 사실상 〈살인의 추억〉에 버금가는 결말 아닌가(두 영화를 모두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리라…). 극장을 나서며 우리는 “무서워!”를 연발했다. 무엇이 어떻게 무서웠는지를 얘기하다 내릴 역을 지나칠 뻔하기도 했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둥글고 하찮고 귀엽다. 그러나 이들이 사는 세계는 인간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죽음, 상실, 복수가 얽혀 있다. 사랑은 자주 폭력과 가깝고, 옳고 그름의 경계는 반듯하지 않다. 설명하기 어려운 악의가 존재하고, 선의는 언제나 보상받지 못한다. 이 ‘무서운’ 세상을 견뎌야 하는 치이카와와 친구들(하치와레·우사기)은 주인공이면서도 약하다. 잘 울고 겁도 많다.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고 약한 채로 어떻게든 살아간다. 다만 이들은 무서운 것을 혼자 무서워하지 않는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지만, 함께 무서워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슬픈 일이 생겼다고 해서 기쁨까지 취소하지 않는다. 열심히 먹고 마신다. 무엇보다 영화는 옳고 그름을 매끈하게 정리해 주지 않는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치이카와는 결국 범인을 밝히지 않고, 관객에게 질문을 남긴다.
보호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맞닥뜨릴 어둠을 모조리 거두어주고 싶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대신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게 해준다면 어떨까. 이야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에서 죽음과 상실을 ‘미리’ 살아볼 수 있을까. 나는 이야기가 기꺼이 아이들을 할퀴고, 때리고, 상처 입히길 바란다.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 없고 대신 회복해줄 수 없다. 자기 상처를 스스로 핥아야 하는 시간을 기어이 통과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아니, 우리는 손상조차 자원삼아 자라난다. 치이카와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호들갑 떨며 나누는 동안, 나는 그것을 힘껏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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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 〈행간과 여백〉 구독자 인터뷰
김수진 편집자 X 정지연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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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행간과 여백〉 구독자 살롱 D-3! 처음으로 구독자님들을 직접 만날 생각에 설레면서도, 행사 패널로서(?) 나서는 건 처음이라 벌벌 떨고 있는 1년 차 마케터입니다. (웃음) 뉴스레터 업무를 맡은 뒤로는 한 달이 유난히 빠르게 흘러가는데요. 매달 발행을 마치고 나면 잊지 않고 다정한 감상과 응원을 전해 주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호 〈인생 만화 잡담회〉에서 함께 인생 만화를 이야기했던 김수진 편집자님입니다!
돌베개에서 청소년을 위한 다정한 책들을 만들고 있는 수 편집자님은 〈행간과 여백〉의 열렬한 애독자이기도 한데요. 구독자 살롱을 앞두고,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행간과 여백〉을 읽어 온 수 편집자님께 독자로서의 이야기를 청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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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생 만화 잡담회〉 이후 오랜만에 독자님들께 인사드리네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돌베개에서 어떤 책을 만들고 계신지 들려주세요.
성장담과 학원물 마니아, 편집자 수입니다. 돌베개에서는 청소년 대상의 도서를 만들고 있어요.
〈행간과 여백〉의 애독자로서 여쭙고 싶어요. 지금까지 발행된 콘텐츠 중 유독 마음에 남거나,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나요?
〈행간과 여백〉의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밀도가 높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라 한두 개만 꼽기는 어려운데요. 최근에 읽고 마음이 뜨거워졌던 콘텐츠는 26호의 두 꼭지였어요. 최우현 작가님이 써 주신 『가자의 목소리』 서평과 장일호 기자님이 쓰신 “가난하게 컸니?” 밈에 관한 글이요. 가자 지구 뉴스를 찾아보는 동안 상황이 최악으로만 치달으니 괴롭기도 하고 무력감이 들기도 했는데, 서평도 그렇고 이 책에 담긴 목소리들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달까요. 가자가 기록하고 증언하고 고발하는 목소리를, 침묵하지 않고 발신하는 이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함께 기억해야지, 마음을 좀 단단하게 벼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행하는 밈에 동의가 안 돼서 계속 찝찝한 기분에 시달렸는데(사실 그런 게 좀 많긴 하지만) 장일호 기자님의 글을 보고 제 안에서 생각과 감정이 명쾌하게 정리가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제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서 이 콘텐츠들이 기억에 남은 것 같네요.
〈행간과 여백〉을 읽다가 미처 몰랐던 책의 매력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사람과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적도 있나요?
〈행간과 여백〉이 책 소개 맛집(?)이잖아요. 그런데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 북매거진에서 소개하는 여러 책들 중에서도 사실 돌베개의 책들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편집자는 늘 책과 원고 더미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출간되는 책들이라고 해도 제때 읽기는 쉽지 않은데요. 북매거진을 읽다 보면 ‘아니, 이 책 너무 재밌겠잖아? 완전 의미 있다. 정말 좋은 책 같아!’ 이러면서 앞부분이라도 더 펼쳐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퍼펙트 패밀리 주식회사』를 그런 마음으로, 다른 수많은 책들과 함께 병렬 독서를 하는 중이고요. 북매거진에서 책방을 소개해 주시는 콘텐츠를 접한 이후에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책방에 들러서 책을 사 오거나 지인들과 서로 선물해 주는 루틴을 만들어서 실천 중이에요. 올초엔 대전 다다르다 서점, 속초 동아서점에 갔었답니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이자 뉴스레터를 즐겨 읽는 독자로서, ‘뉴스레터’라는 형식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중에서도 〈행간과 여백〉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어떤 분야의 뉴스레터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시의성을 담은 이슈를 발 빠르게 접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되고요. 출판 분야로 조금 좁혀 보면, 저는 책 한 권이 출간되기까지 내밀한 속사정이나 그 책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 노동의 실체를 짚어 주는 것이 매력 포인트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책이 나오면 작가님이나 출판사 정도만 호명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편집자나 영업자, 디자이너 등 그 책에 관여한 사람들도 조명되는 분위기이니까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이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나… 저렇게까지 몰입하고 고민하나, 그런 걸 알게 되는 게 업계 동료로서 흥미롭고 경이롭게 느끼는 지점이고요. 〈행간과 여백〉만의 매력이라면 역시 다양하고 치밀하고 폭넓은 콘텐츠! 그리고 정지연 마케터님의 현장 스케치와 비밀 편지를 특히 좋아하며 보고 있습니다.
벌써 27호를 맞이한 〈행간과 여백〉, 앞으로 더 만나보고 싶은 이야기나 ‘이런 기획도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한 권의 책에서 조금 더 다양한 콘텐츠로 뻗어 나가면 재밌는 기획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 『가자의 목소리』를 소개한다면 함께 읽으면 좋을 다른 출판사의 책이나 시집, 관련된 영화와 영상 콘텐츠까지 연결해 보는 거죠. 긴 설명보다는 마인드맵처럼 하나의 책에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방식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돌베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조금 더 보여주면 좋겠어요. 편집자들이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에서 유독 마음에 남는 문장을 소개한다거나, 어떤 책의 문장인지 밝히지 않고 수수께끼처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죠. 꼭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일상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일 바깥의 삶이 있고, 그런 일상과 경험이 다시 책으로 귀결되는 때가 많은데 그런 걸 살짝 엿볼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아요.
〈행간과 여백〉 독자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돌베개 책 한 권을 소개해 주세요.
지금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가 가자이기도 해서 『가자의 목소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어요. 이야기마다 밀도와 결이 다르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부터 하나씩 골라 읽어도 좋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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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뉴스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이 과연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정말 필요한 이야기인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더 듣고 싶고, 또 들어야 하는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가자의 목소리』에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어요. 팔레스타인에 관한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그 앞에서 피로감이나 무력감을 느낀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는 책인데요. 〈행간과 여백〉 독자들과 함께 읽으며 이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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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함 밖으로 나온 〈행간과 여백〉, 북소리에서 만나요!
10월 16일(금)부터 18일(일)까지 열리는 2026 파주페어 북앤컬처 ‘북소리’ 북마켓 ‘난-장’에 돌베개가 참여합니다. 이번 북마켓에서는 〈행간과 여백〉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북매거진 〈행간과 여백〉 ZINE을 중심으로, 그동안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돌베개의 책들을 함께 선보입니다.
메일함을 벗어나 독자 여러분을 직접 만나는 자리! 북소리에 오신다면 A174 돌베개 부스에도 꼭 들러 주세요. 📖
🎁 북마켓 현장 특별 혜택
〈행간과 여백〉을 구독해 주시면 돌베개 도서 10% 할인 + 『불을 응시하는 법』 ZINE 증정해 드립니다! (기존 구독자 인증하면 똑같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북소리 북마켓 ‘난-장’
일시 | 10월 16일(금)~18일(일), 10:00~18:00
장소 |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A174 돌베개 부스
10월 17일(토)에 열리는 〈행간과 여백〉 구독자 살롱의 참가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관심을 보내주시고 신청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번 살롱에서는 엄지혜 편집장, 장일호 기자, 정지연 마케터가 함께 지난 2년간의 〈행간과 여백〉을 돌아보고, 뉴스레터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참가 신청을 완료하신 구독자 여러분! 토요일 오후 4시, 돌베개 사옥 1층 ‘행간과 여백’ 카페에서 만나요. 잊지 않고 찾아와 주세요.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행간과 여백〉 구독자 살롱
일시 | 10월 17일(토), 16:00~17:30
장소 | 파주 돌베개 사옥 1층 ‘행간과 여백’ 카페
함께하는 사람들 | 엄지혜 편집장 × 장일호 기자 × 정지연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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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간과 여백〉은 어떠셨나요?
이번 호에 담긴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마케터의 행복 중 하나 = 구독자님 피드백 읽기...😻) 이번 주말에는 파주에서 독자 여러분을 직접 만날 예정인데요. 뉴스레터 밖에서도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늘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호에도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_연 마케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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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Book Magazine 〈행간과 여백〉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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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엄지혜
에디터 정지연
마케터 김영수, 고운성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77-20(문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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